데뷔 무대에 신작 ‘즐거운 복희’ 올리는 극작가 이강백씨
극작가 이강백 씨는 “‘즐거운 복희’의 형식에 대해 오래 고민하다 복희를 막간극에만 홀로 등장시켰다. 혹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연극을 보신 분이 있다면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6일 막을 올린 연극 ‘즐거운 복희’(이하 ‘복희’)를 쓴 극작가 이강백(67)의 얼굴에는 밝은 기운이 가득했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희곡 ‘다섯’으로 등단한 그는 남산예술센터에서 이 작품으로 첫 공연을 올렸다.
‘복희’는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였던 그가 지난해 정년퇴직한 후 쓴 첫 작품이다. 올해 5월 공연돼 큰 호평을 받았던 신작 ‘챙!’은 ‘복희’ 다음에 쓴 작품이다. 22일 만난 그는 “4년 동안 구상해 8번 정도 고친 끝에 ‘복희’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연출은 이성열 씨가 맡았다.
“인간은 자신이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타인의 기대와 요구로 만들어지는 측면도 크잖아요. 극 중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인간을 만든다’는 대사도 나오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형식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43년째 연극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1970년대 독재정권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파수꾼’ ‘알’은 공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김지하 씨처럼 감옥에 간 것도 아닌데요, 뭘. 저는 거물이 아니라 ‘멸치’라 안 잡아갔나 봐요.”(웃음)
그는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을 사용해 현실 비판적인 작품을 주로 쓰다 보니 삶의 성찰을 다룬 ‘챙!’ 이후 “작품 세계가 변한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이강백은 요즘 또 다른 작품을 쓰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이전 작품이 영감을 줘요.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을 채우기 위해 새 작품을 쓰죠. 지금까지 100% 만족한 작품이 없어요.”
그는 희곡집을 10권까지 낼 수 있기를 바랐다. 내년 봄에 희곡집 8권이 나올 예정이다. 한 권에 6개 작품이 실리는 걸 감안하면 12개 작품을 더 쓰겠다는 것이다.
“연극만 하며 살겠다던 다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나이가 든다는 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답니다.”(웃음)
9월 21일까지. 2만5000원. 02-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