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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동력 떨어진 유민 아빠의 단식

입력 | 2014-08-26 03:00:00


경기 안산 단원고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을 때 자신과 세월호 유가족의 편지를 전하고 꼭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편지에는 ‘이혼 이후 두 딸을 어렵게 키우던 유민 아빠’라는 말이 나온다. 일반 국민들은 유민 아빠가 이혼하고 직접 키우던 두 딸 중 하나를 잃은 줄 알았다. 교황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김 씨가 얼마 전 단식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갈 때 마음이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까지 할까 모두 동정했다. 그런데 이혼 이후 두 딸을 키운 것은 유민 아빠가 아니라 유민 엄마라는 사실이 유민 엄마 남동생의 폭로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김 씨는 자신이 가난해서 양육비는 매달 보내지 못하고 몇 달에 한 번씩 보낼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10년간 보낸 양육비가 고작 수백만 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다. 이래서야 ‘이혼 이후 두 딸을 어렵게 키우던 아빠’라고 하기는 어렵다.

▷김 씨가 교황을 만날 때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그는 교황과 대화하던 중 갑자기 교황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더니 삐뚤어진 세월호 추모 리본을 바로잡아주는 여유까지 부렸다. 단식 중 여러 대중 행사에서 보여준 주눅 들지 않는 태도를 보면 직장 일이나 가정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빠는 아닌 듯했다. 그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김 씨가 보상금을 노리고 단식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월호에서 “기다리라”는 말만 믿다가 죽어간 학생들을 생각하면 생면부지의 사람도 눈물이 난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게 고작이었다고는 하지만 딸 잃은 아빠의 마음이 왜 아프지 않겠는가. 평소 딸에게 잘 못해준 것이 생각나 더 마음 아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전에 아빠 역할을 잘 못한 사람이 사후에 아빠 역할 제대로 하겠다고 나서니 순순히 믿어지지 않는다. 유민 엄마 남동생의 말처럼 “다른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하면 이해하겠지만 김 씨 당신이 이러면 이해 못하지”의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