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의원 5명이 어제 검찰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이들은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 출두하라는 통보에 응하지 않다가 검찰이 강제구인에 나서자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뺀 나머지는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신 의원도 출두를 약속하기 전 2시간 반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오후가 돼서야 김재윤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이 출두 의사를 비쳤고 이어 조현룡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새정치연합은 19일 7월 임시국회 종료를 불과 10여 분 앞두고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겨우 48시간 차이를 두고 22일 시작되는 8월 임시국회는 9월 정기국회를 거쳐 연말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비리 의원들의 체포를 막는 ‘방탄국회’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것이 새정치연합인지라 새정치연합이 주로 비난받았지만 그 당 의원들이 출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랴부랴 자기 당 의원들의 출두를 재촉한 새누리당도 별 다를 바 없다.
법원의 영장 심사는 본래 오전 9시 반부터 순차적으로 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이들이 뒤늦게 출두에 응하면서 오후 2시부터 시작됐다. 구인장은 자정까지만 유효했고 자정을 넘기면 임시국회가 시작돼 국회의 체포 동의 없이는 의원들을 구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장 전담 판사는 시간에 쫓겨 가며 이들의 구속 여부를 심사해야 했다. 출두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지만 뒤늦게 출두한 것 역시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검찰은 어젯밤 철도 납품비리에 연루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 제출될 것이다. 여야는 불체포 특권 포기 공약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