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슬로시티연맹 재인증 탈락뒤 “상업성 좇다 정체성 잃었다” 반성 환경시설 확충하고 로고사용 자제… 1년 3개월만에 회원 자격 회복
전남 신안군 증도면 염생식물원. 신안군 제공
슬로시티 자격을 잃을 뻔한 증도가 1년 3개월 만에 그 지위를 회복했다. 회원자격을 다시 찾기까지에는 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주민들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뒤 지역사회와 함께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보전하는 18개 조례를 만들었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증도갯벌과 바다, 염전, 해송 숲길을 보전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증도는 담배 소매점, 3층 이상 건물, 합성세제가 없는 ‘3무(無) 섬’으로 알려지면서 생태관광지로 이름을 날렸다.
올해 재인증 심사를 앞두고 주민들로 구성된 슬로시티위원회는 증도의 정체성을 찾고 슬로시티 가치와 철학에 맞는 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답변이 불충분하다고 한 52개 항목을 작성하면서 대기질을 개선하고 환경정화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관광프로그램과 주민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5년간 성과도 100쪽이 넘는 책으로 만들어 제출했다. 도립공원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가습지보호지역,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갯벌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소개하고 자전거 섬, 깜깜한 섬, 유기농 섬으로 가꾸기 위해 전국 최초로 경관기본관리계획안을 만든 것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민박집과 음식점 등 60여 곳에 붙여진 슬로시티 로고는 ‘천사의 섬 신안’ 스티커로 교체했다. 주민 설명회를 열고 슬로시티 로고를 상업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알렸다.
증도 면민들의 날 행사 때 슬로시티 재인증 결의대회를 열고 6월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국제슬로시티 시장·군수 총회에 민선 6기 군수 당선인의 친필 서한문을 전달하는 등 재가입 의지를 천명했다. 유영업 증도슬로시티위원회 사무처장은 “‘느리게 사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주민 스스로가 섬을 지키고 보전해야만 진정한 슬로시티로 거듭난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