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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동서남북]200만 시대 만들겠다면서… 제 인구도 못지키는 울산시

입력 | 2014-07-24 03:00:00


정재락·사회부

올해 말 현대자동차 정년퇴직 예정인 이모 씨(60). 전남 나주가 고향인 그는 35년째 살아온 울산에 정착하기 위해 전원주택 터를 구입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토목공사에 진입도로 확보, 정화조, 주차장, 상하수도 등 절차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동료 가운데는 울산에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해도 절차가 복잡하고 개인이 도시가스, 상수도 등 기반시설을 갖출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전원주택지가 조성된 경북 경주와 경남 밀양 등 울산과 인접한 도시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퇴직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1000명씩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SK 등 울산에 있는 기업체 전체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은 매년 4000명 안팎이 될 것이라는 게 울산발전연구원의 분석이다. 이들은 30여 년 전 직장을 찾아 전국에서 ‘공업단지 울산’으로 왔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식들 낳아 대학 보내고 결혼까지 시킨 사람이 대부분이다. 울산이 본인에게는 제2의 고향이고, 자식에게는 고향인 셈이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퇴직 후 울산에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텃밭이 딸린 전원주택에서….

김기현 울산시장의 대표 공약 가운데 ‘인구 200만 명의 창조도시 울산 건설’이 있다. “광역시가 자족(自足)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구 200만 명은 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80여만 명이 늘어야 한다. 하지만 집짓기부터 장애가 된다면 결과는 뻔하다.

울산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상하수도, 도시가스, 치안 등 기반시설이 갖춰진 전원주택 단지를 울산 근교에 조성해 퇴직자들에게 싼값에 분양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면 ‘에코도시 울산’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분양자격을 실수요자로 제한하면 시비도 없을 것이다.

인구 늘리기 방안은 또 있다. 부산과 인접한 경남 양산 정관신도시에서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으로 매일 1000명 안팎이 출퇴근한다. 울산 시내버스 연장운행을 건의할 정도다. 울주군 온산, 온양 등지에 학교 병원 등 편의시설을 갖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 이들을 직장과 가까운 울산으로 유인할 수도 있다. 출산율(지난해 기준 1.18명)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인구 늘리기는 사실 ‘인구 지키기’와 자치단체 간 ‘인구 빼앗기’다. 소극적인 정책으로 분류되는 인구 지키기조차 못한다면 ‘200만 명 울산’은 공염불이다.

정재락·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