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발표 6개월… 구조조정 박차 2조1853억 확보해 목표 80% 채워… 한진그룹도 에쓰오일 매각 등 순조
최근 한진그룹도 에쓰오일 지분 전량을 사우디 국영기업 사우디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자구안 목표액의 70%를 확보하는 등 국내 1위(한진해운), 2위(현대상선) 해운기업을 둔 두 그룹이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현대그룹, 6000억 원 현금 확보
이번 지분 매각은 오릭스와 현대그룹이 10월 말까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현대그룹 측(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대상선, 현대글로벌, 현대증권)이 보유 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 88.8%를 매각하는 구조다. 오릭스가 SPC 전체 자본금 3400억 원 중 2400억 원, 현대상선이 1000억 원을 출자해 경영권은 오릭스가 갖는다.
매각에 앞서 현대글로벌 등 현대그룹 계열사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를 매입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글로벌 지분 59.21%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최대 주주가 바뀌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계열사들이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 현대·한진그룹 자구안 70∼80% 달성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 원을 조달하겠다는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 현대상선 액화석유가스(LNG) 운송사업 부문 매각 및 외자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2조1853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현대상선의 부채 중 4700억 원을 떨어냈다. 목표액의 80.5%를 이미 달성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이 완료되면 7000억∼1조 원의 추가 유동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릭스, 자베즈파트너스, 파인스트리트 등 사모펀드(PEF)들이 입찰에 참여해 이달 말부터 실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얀트리호텔 매각도 진행 중이다.
○ 내년부터 만기 회사채 문제
문제는 앞으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KDB산업은행과 ‘회사채 신속인수제’ 약정을 맺고 있어 올해 말까지는 산은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인수한 뒤 재발행(차환)해준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현대상선은 7816억 원, 한진해운은 6820억 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갚아야 한다. 올해 1분기(1∼3월) 연결 기준으로 2114%(한진해운), 1357%(현대상선)에 이르는 부채비율도 낮춰야 한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