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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대통령의 웃음

입력 | 2014-06-30 03:00:00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06년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환대는 극진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서 앙코르와트 주변의 밀림까지 안내했다. 감격한 노 전 대통령은 현지에서 캄보디아에 대한 무상원조를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다. 훈센 총리는 2009년과 2012년 캄보디아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형님처럼 예우했다. 이 전 대통령도 환대에 흡족해하며 원조 확대를 결정했다.

▷최근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대국 지도자들로부터 파격적인 환대를 받았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박물관 방문에 함께 나서 가이드 역할을 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도 대학, 극장, 박물관 방문에 동행했다. 박 대통령이 환대 대가로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국내와는 달리 웃는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잡혔다.

▷국가지도자들이 정상회담을 하면 얼굴 붉힐 일이 거의 없다. 양자 회담은 실무자들이 미리 조율을 해놓고 진행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 때문에 각종 스캔들이나 정책 실패로 국내에서 인기가 없는 대통령도 외국에 나가면 회담 결과에 고무돼 얼굴을 펴게 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이면 밖에서는 칭송을 듣지만 안에선 질책을 받는 곤혹스러운 신세를 경험했다. 대통령의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나 할까. 박 대통령이 임기 2년차에 벌써 그런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미국 배우 제로 모스텔은 “한 사회의 자유는 그 사회의 웃음의 양과 비례한다”는 말을 남겼다. 현재의 국내 상황에 빗대면 한국 사회의 웃음 양은 국민 행복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내일이면 올해 상반기가 끝나고 하반기가 시작된다. 올 상반기 우리 국민은 몹시 불행했다. 하다못해 축구 대표팀도 국민에게 위안을 주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눈물까지 흘렸다. 올 하반기 박 대통령이 웃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