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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한창 일할 20대초 출산, 생활고 시달려

입력 | 2014-06-23 03:00:00

[필리핀에 버려진 코피노]
양육비 소송 내는 코피노 엄마들… 현지서 만난 8명중 5명 직업 없어
아이들 학교라도 다니게 해줘야




취재진이 3월 필리핀에서 만난 ‘코피노 맘’들은 빈곤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아이의 친부로부터 양육비를 지원받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취재진이 만난 코피노 맘 8명 중 5명은 직업이 없었다. 모라 씨(29)는 딸(4)의 아버지 A 씨(43)와 동거했지만 그는 2009년 3월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뒤 떠나 현재까지 연락이 없다. 모라 씨의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음료수 등을 파는 게 일가족 수입원이다.

아들(10)을 키우는 구에바라 씨(33)도 직업이 없다. 구에바라 씨는 2003년 필리핀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B 씨(42)와 함께 살며 아이를 낳았지만 그는 2006년 떠났다. 양육비를 오빠가 보태주지만 하루하루가 힘들다.

코피노 맘들은 학업·취업을 해야 할 20대 초반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탓에 빈곤이 더욱 심각하다. 취재진이 만난 코피노 맘 8명이 코피노 아버지들을 만난 평균 나이는 만 20.4세였고 임신 당시 나이는 22.2세에 불과했다.

코피노가 자라 성인이 된 뒤 한국인 남성에게 농락당한 경우도 있었다. 카지노 딜러로 일한다는 필리핀인 최모 씨(29·여)는 고교 때 이모로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들었지만 아버지가 남겨 준 것은 ‘최’라는 성과 한국식 이름뿐이다. 최 씨는 2011년 골프 여행을 온 한국인 심모 씨를 만나 아이를 가졌지만 임신 8개월 때 유산했다.

코피노 맘들이 소송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절대적인 빈곤 때문이다. 모라 씨는 “딸에게 우유 사주기도 힘들었다. 아이 아빠로부터 최소한의 양육비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양육비 소송이 본격화됐지만 소송은 한국인 아버지의 신상 정보가 있는 사람만 낼 수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필리핀 앙헬레스 의대에 다니고 있는 코피노 이창도 씨(20)는 앙헬레스에 아동복지센터인 ‘이스턴 칠드런 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동방사회복지회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이스턴칠드런센터 이사를 맡고 있는 목진혁 씨(49)는 “코피노들이 학업이라도 제대로 마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한국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인 남성과 필리핀인 여성 사이에서 낳은 자녀인 자피노(Japino) 지원활동이 활발하다. ‘일본 필리핀 어린이 네트워크’는 20년 동안 자피노 539명의 일본인 아버지를 찾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앙헬레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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