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사랑/전아리 지음/160쪽·1만 원·다른
재경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독서실 옥상 난간에 서 있던 은하. 재경은 제안한다. “너 한 달 동안만 나랑 사귀자. 한 달 후엔 네가 원하는 대로 죽는 걸 도와줄게. 대신 그때까진 어떤 사고도 치지 않고 내 여자친구로 지내는 거야. 어때?”
재경의 친구들은 은하가 유명 몰카의 주인공이자 원조교제 알바를 뛰는 애라고 손사래를 친다. 결국 인터넷에서 몰카를 찾아 본 재경은 동영상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다. 교사조차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 고약한 ‘일진’, 여동생 현정이었다. 몰카를 퍼뜨린 사람은 현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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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던 욕설과 살기를 띤 눈빛, 매번 요란하게 닫히던 방문과 부엌 바닥에 깨진 그릇들. 이현정이 늘 달고 다니던 악다구니와 빈정거림이 그 애만의 울부짖음이었다는 걸 어쩌면 나는 진작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놓치지 말고 붙들어, 도와달라는.’
학교폭력이라는 소재를 첫사랑에 숨은 싸늘한 비밀로 생동감 넘치게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이해하는 것보다 오해하는 게 편하고, 회유하는 것보다 경멸하는 것이, 나무라는 것보다 외면하는 것이, 못 본 척하는 게 익숙한 무심한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때로는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홀로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외로움이 두려워 늘 다수 속에 휩쓸려 지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의 그림자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면 방향을 정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