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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들 충격 받을까 걱정”

입력 | 2014-06-13 03:00:00

[문창극 발언 파문]
나눔의 집-정대협 등 강력 반발… 日 일부 누리꾼은 한국 조롱 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이 전해진 1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1명이 머무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는 침묵이 흘렀다. 할머니들은 함께 거주하던 배춘희 할머니가 나흘 전 별세하면서 이미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문 후보자의 발언까지 더해지자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이날 TV 뉴스를 통해 그의 발언을 들은 일부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 이 발언을 알고 충격을 받을까 봐 쉬쉬하며 한숨만 내쉬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일본의 잔인한 전쟁범죄를 ‘뒤끝 없이 잊으면 되는 문제’ 정도로 여기는 사람은 총리가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이날 문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놨다.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는 수많은 국제인권기구가 국제인권법 위반 사례로 규정하는 등 국제사회가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인데 기본도 모르는 자가 총리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정대협 쉼터에 거주하는 김복동 할머니(89)는 “일본을 두둔하는 사람이 총리가 되면 나라를 팔아먹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 후보자의 발언을 전해 들은 일본 누리꾼들은 이날 일본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2채널’ 등에 한국과 한국인을 조롱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한 누리꾼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을 구한 것은 일본”이라며 “게으르고 자립심이 없는 민족이라는 점은 맞는 말”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은 식민지가 아니었다니까. 식민지였으면 노예 취급 받았을 텐데 생활이 점점 더 좋아져 행복했잖아”라고 비꼬았다. 일부 누리꾼은 “바른말을 하면 실각하는 나라”라며 한국을 야유했다.

한 재일교포는 “일본 사회의 차별에 그만큼 시달려왔는데 고국의 총리 후보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며 분노했다.

일본 언론도 문 후보자의 발언이 한국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며 12일 일제히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문 후보자의 사퇴 가능성을 거론하며 “2명 연속으로 총리가 취임할 수 없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구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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