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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의 21번 유니폼… 이제야 주인 품으로

입력 | 2014-06-10 03:00:00

두산팬 안중근 학생 시신 수습… 엄마 “친구 다 올려보내다 늦었니…”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안중근 군(17)의 빈소에 안 군이 응원하던 야구단에서 안 군의 귀환을 바라며 가족들에게 보내준 ‘등번호 21번’ 유니폼이 놓여 있다. 안산=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느낌이 이상한 날이었어요. 진도에 와서 한 번도 배고픈 적이 없었는데 나와 아내가 모두 점심때부터 허기가 져서 이상하다 했어요.”

세월호 실종자였던 단원고 2학년 7반 안중근 군(17)의 아버지 안모 씨(46)는 8일 아들을 찾을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안 씨는 이날 오후 실종자 심야 수색을 보기 위해 사고 해역에서 작업 중인 바지선 ‘언딘 리베로호’로 향했다. 잠수사들은 8일 오후 11시 20분경 세월호 4층 선수 좌현 객실에서 키 175∼180cm의 남성 시신을 수습해 바지선 위로 올려보냈다. 아버지는 한눈에 아들을 알아봤다. 자신이 중학교 졸업선물로 사준 멋쟁이 벨트와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었다.

9일 오전 안 군 가족이 머물던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에는 ‘21번 안중근’이 새겨진 프로야구단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안 군이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인 것을 알고 있던 안 씨의 회사 동료들이 두산 베어스에 연락해 선수들의 사인을 받은 뒤 지난달 13일 보내온 것이다. 등번호 21번은 2학년 7반 21번인 안 군을 의미한다. 동시에 21번을 달고 뛰었던 두산 베어스의 야구스타 ‘불사조 박철순’처럼 영원히 살아 있으라는 뜻이 담겼다.

어머니 김모 씨(45)는 유니폼과 함께 보내온 야구 모자와 포수용 글러브를 쓰다듬으며 김 씨는 “야구하다 어깨도 다치고, 공부에 방해될까 봐 좋아하던 야구 못 하게 했는데, 이걸 보면 참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중근 의사의 이름에 걸맞게 반 친구들 다 올려보내고 나오느라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해경이 촬영한 구조 동영상과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보유한 교신기록을 증거보전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진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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