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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채 9兆 만기 도래… 뭉칫돈 재투자 어디로?

입력 | 2014-06-09 03:00:00


자영업자 김모 씨(54)는 3억 원을 투자했던 후순위채가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자 고민에 빠졌다. 김 씨가 2008년 투자했던 신한은행 후순위채 금리는 연 7% 수준으로 제법 짭짤했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올릴 만한 상품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행한 후순위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9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김 씨와 같은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으로 투자할 곳을 찾아 방황하고 있는 것.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만기 5년 이상 후순위채가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자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앞다퉈 연 7∼9% 금리로 후순위채를 찍어냈다. 올해 12조9325억 원 중에서 상반기(1∼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 규모만 9조4000억 원 수준. 지난달 이미 4조1190억 원의 만기가 돌아왔고 이달에도 2조6151억 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부터 후순위채가 더이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자 은행들은 최근 후순위채를 거의 발행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대다수가 고액자산가들인 은행 후순위채 만기 고객들은 눈높이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며 “최근 절세 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아 브라질국채와 하이일드 펀드 등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기준이 4000만 원 초과에서 2000만 원 초과로 바뀌어 절세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

이런 분위기 덕분에 브라질국채는 올 들어 꾸준히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해 442억 원의 브라질국채를 판 우리투자증권은 올 들어 5개월 만에 2340억 원어치의 브라질국채를 판매했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증권도 1∼5월 브라질국채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수준이다. 10년 만기 국채의 표면 금리가 연 10%인 데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무상 KB투자증권 금융상품지원팀장은 “절세 효과가 있는 데다 최근 지난해 폭락했던 헤알화 가치도 점차 회복되면서 브라질국채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했다. 다만 월드컵과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의 정부재정 건전성 우려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PB들은 과세 혜택도 받고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회도 갖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까지만 한시적으로 판매되는데 출시 2개월 만에 1200억 원이 몰렸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공기업이 발행한 지방공사채도 인기 상품 중 하나. 인천도시공사가 발행하는 ‘인천도시공사채’는 보장 금리가 연 4%인 만기 1년짜리 상품으로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아 인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9조 원이 넘는 ‘갈 곳 없는’ 자금이 특정 투자상품으로 쏠릴 경우 자산시장의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지영 기자 jjy016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