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티켓에 아이들이 운다
“영상통화까지 하면서 엑소(EXO) 공연 콘서트 표를 보여 주기에 믿고 돈을 송금했는데…. 사기꾼이라니 정말 속상해 눈물만 나요.”
23∼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룹 엑소 단독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상대로 ‘인터넷 표 사기’가 극성을 부렸다. 인터넷에는 청소년들이 엑소 콘서트 표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돈만 송금한 채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인천 모 여중 2학년인 김모 양(14)은 최근 네이버 중고나라에 올라 온 ‘엑소 콘서트 티켓 2장, 27만 원 판매’란 글을 보고 상대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김 양은 23일 20대 남자의 농협 계좌로 먼저 10만 원을 무통장 송금했다. 나머지 17만 원은 표를 받은 뒤 송금하기로 했다.
하지만 24일 오전까지 받기로 한 표가 오지 않았고 판매자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김 양은 어렵게 부모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았다. 김 양은 “제2의 피해자가 또 나올 수 있어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대 학생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3층의 38구역 10번째 줄 티켓을 사려고 12만 원을 입금했는데 팔기로 했던 사람이 계속 카카오톡을 씹는다”며 엑소 티켓 사기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한 학생은 “(공연 표) 양도 사기는 직거래가 아닌 이상 95%가 사기입니다. 그중에서 네이버 중고나라가 70%죠”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엑소 콘서트 마지막 날인 25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주변에서는 암표가 성행해 2층 좌석은 70만 원, 3층 좌석은 5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엑소는 이날 오후 1시 반 기자회견에서 “이번 콘서트 표 예매가 대란이었는데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체조경기장은 23, 24일에 이어 1만4000명의 관객으로 객석이 가득 찼다. 15일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 계약 무효 소송을 낸 멤버 크리스가 무대에 오르지 않았고 나머지 11명이 크리스의 안무와 가창 파트를 나눠 맡았다.
엑소는 2시간 동안 대표곡인 ‘으르렁’ ‘늑대와 미녀’ ‘마마’를 포함해 31곡을 소화했다.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체조경기장을 찾은 3000여 명의 팬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SM 측이 외부에 설치한 중계스크린을 통해 콘서트를 지켜봤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