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내각 개편/김장수-남재준 경질] 외교안보라인 투톱 교체
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이 이야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김장수의 예고된 퇴진, 남재준의 예상 밖 교체
김 실장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도 김 실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정부 책임론을 강력 제기하면서 김 실장의 교체 여론이 크게 확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한 정부의 무한책임과 ‘국가 대개조’를 공언한 박 대통령으로선 물의를 빚은 김 실장을 유임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쇄신 태풍 몰아치나’ 바짝 엎드린 국정원
남 원장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과 탈북 위장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파문 등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고 흔들리다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마지막 결정타를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반된 민심 수습을 위한 정부 쇄신과 이를 통한 선거 정국의 돌파를 위해서는 남 원장의 교체도 불가피하다고 박 대통령이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달 15일 서천호 2차장의 퇴진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국정원 쇄신 작업은 후임 원장이 임명되면 다시 불씨가 살아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여부와 대공수사 파트의 협조자 관리 등 개혁 차원에서 대대적인 변모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 주에 발표될 후임 국정원장에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이병기 주일본 대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주중국 대사 얘기도 나온다.
○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
이번 기회에 군과 관료 중심의 외교안보 라인 구성에도 어떤 식으로도 충격요법이 더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실장과 남 원장이 물러나면서 박근혜 정부의 안보 요직을 독점했던 ‘육사 전성시대’도 사실상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김 실장과 남 원장의 경질 사유가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실패는 아니지만 대북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한다고 평가돼 온 두 사람의 교체가 대북정책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한 인사는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군 인사를 다시 기용하기보다 복잡해진 동북아 외교 안보 환경과 대북 통일정책을 전략적 사고로 이끌 인물을 등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 기회에 군인과 관료 위주의 외교안보 라인 구성에서 벗어나 통일외교 정책을 전략적으로 이끌 전문가를 대폭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큰 틀은 유지하되 북한 및 한반도 현실을 감안한 탄력적인 대북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의 교체를 긴장 조성 위주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해 북한을 관리하면서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핵 포기를 유도하는 적극적 관여(engagement) 정책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