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사회부
‘임을 위한…’의 주인공 윤상원 씨(당시 30세)는 ‘1980년 5월 광주’를 온몸으로 보여준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전남대를 졸업한 그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투사회보’를 발행하고 시민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10일간의 항쟁을 이끌었다. 그는 그해 5월 26일 전남도청에 모여 있던 남녀 중고교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이 피를 흘리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이제 집으로 가라. 이 항쟁을 잊지 말고 후세에 전해라. 오늘 우리는 패배하지만 내일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윤 씨는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 2층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임을 위한…’은 그로부터 2년 뒤 만들어졌다. 1982년 2월 망월동 5·18묘역에서 ‘영혼결혼식’이 열렸다. 신랑은 윤상원, 신부는 신랑의 ‘들불야학’ 동지로 1979년 노동현장에서 숨진 박기순 씨(당시 23세)였다. 둘의 영혼을 기리는 곡을 쓰고 가사를 붙인 이 노래는 1980년대 대학가에서,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외침으로 되살아났다.
광주시민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다. 올해 기념식의 공식 슬로건은 ‘5·18 정신으로 국민 화합 꽃피우자’였다. ‘국민 화합’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치다. 광주는 더이상 ‘5월’로 분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까지 더해진 5월, 온 국민과 함께 이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이다.
정승호·사회부 shju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