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한국진출 성공요인 분석
○ 사는 이에게도, 파는 이에게도 낯선 방식 시도
로레알 브랜드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기존 브랜드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던 전통적인 방식의 소매 판매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등에 입점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있었다. 로레알이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시장에 낯선 형태라는 점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나 할인점이 아닌 헤어숍에서 디자이너의 조언을 받아 제품을 구입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들도 마치 영업사원처럼 특정 제품을 권유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레알은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 교육을 통해 판매자를 내 편으로 만들다
헤어숍에서의 제품 판매가 매끄럽게 이뤄지려면 우선 디자이너들을 포섭해야 했다. 디자이너들은 스스로를 판매자로 여기지 않았다. 이들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괜히 서투른 영업을 했다가 단골 고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레알은 헤어디자이너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대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디자이너들이 로레알 제품에 친숙해지려면 일단 써 보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매장 몇 곳을 골라 무료로 제품을 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디자이너들이 실제 사용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자칫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 있었다. 로레알은 교육 과정에서 헤어디자이너들이 로레알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면 단골 고객에게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로레알에서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을 사용해 본 디자이너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제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이너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로레알 아카데미를 통해 진행된 교육과정들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신진 디자이너들은 로레알 교육을 통해 배움에 대한 만족을 얻었다. 로레알 아카데미를 거친 디자이너들이 헤어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로레알 제품은 더 많은 점포에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었다. 현재 로레알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매년 약 500개, 참여 교육생은 연간 1만 명에 달한다.
○ 장기적 상생 관계를 구축하다
로레알은 개인 디자이너뿐 아니라 헤어숍들과도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 구축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기획한 것이 카운슬러 제도다.
상당수 헤어숍이 미용기술만 가진 개인 자영업자에 의해 운영된다. 그렇다 보니 매장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경영지식에 목말라 하는 곳이 많다. 헤어숍 중에는 어떤 식으로 고객을 모으고 관리하면 좋을지, 광고를 어떻게 하고 영업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궁금해하고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싶어 하는 곳이 적지 않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많은 고객을 모으려고 하기보다 의사결정권을 가졌거나 영향력이 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계 지향적 영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로레알이 고객의 제품 구매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이너와의 관계를 강화한 것은 최종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