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6년차 박정현은 “본능에 따라 음악”을 해왔다. 발라드로 시작해 모던 록,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 콘셉트 앨범, 싱크로 퓨전 등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그저 좋은 것을 찾아가겠다”며 가수로서 인생의 목표를 재정비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루프린트뮤직
■ R&B의 요정 박정현의 과감한 변신
윤종신의 ‘팀89’와 ‘싱크로 퓨전’ 작업
록과의 만남…일탈? 확신에 찬 도전!
변화보다 그때 그때 좋은 걸 찾으려고 했죠
음악인생 16년 큰 축복…노력으로 보답
“데뷔 초엔 외로워서 가족이 있는 미국에 가고 싶을 때가 많았다. 곡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나 목소리가 안 나올 때 가수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그만둬야 하는 건가’ 생각한 적도 많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항상 이렇게 살아가는 거니까…. 음악을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데뷔 16년이다. 이렇게 오래 노래할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큰 축복 속에서 음악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축복만큼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박정현의 그 ‘노력’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으려는 데 집중됐다. 5집 ‘온 앤 온’(2005)에서 모던록을 시도했을 때만 해도 ‘발라드 가수의 일탈’ 쯤으로 보였지만, 그는 점점 음악적 외연을 넓혀갔다. 이후 앨범을 거듭 내면서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의 수식어도 얻었고, 7집 ‘텐 웨이즈 투 세이 아이 러브 유’(2009)에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10가지 방법’이란 주제를 정해 그에 부합하는 10곡을 만들어 담는 ‘콘셉트 앨범’도 선보였다. 2010년엔 ‘커버 미’라는 시리즈를 론칭해 자신의 옛 노래들을 현재의 시각에서 다시 재해석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음악적 성취감도 얻고 콜라보레이션의 재미도 알게” 된 박정현은 작년 가을부터 ‘싱크로 퓨전’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영어사전에도 없는 ‘싱크로 퓨전’(Syncro Fusion)은 다른 아티스트와 공동작업을 통해 서로의 음악성을 ‘맞추기도(Syncro)하고 뒤섞기도(Fusion)’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의미. 윤종신이 이끄는 프로듀서팀 ‘팀89’와 함께 찰랑이는 록 음악 ‘더블 키스’를 첫 결과물로 만들어냈다. 박정현을 발라드 가수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빠르고 경쾌한 록 음악은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지만 “본능을 따라서 모험을 하는 게 맞는 것”이라는 확신에 찬 결정이었다.
그러나 ‘싱크로 퓨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곡은 세월호 참사의 애도 분위기와 맞지 않아 공개를 보류했다. 자신이 작곡하고 윤종신이 작사한 발라드 넘버 ‘그 다음해’ 한 곡만 최근 내놓았다. 이처럼 박정현은 머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만 매몰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박정현은 9일부터 11일, 16일부터 18일까지 2주에 걸쳐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