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이 본 KIA의 치명적 약점
이범호 공던지다 부상 자기관리 실패
50억짜리 김주찬 또 초반 레이스 이탈
꼴찌 후보 조롱에도 포기…근성 실종
승부의 세계에선 미움 받는 것보다 조롱 받는 것이 훨씬 더 모욕적이다. 과거가 영광스러울수록 그 몰락은 더욱 처량하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전통을 물려받은 KIA가, 그것도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레전드 투수이자 당대의 투수조련사로 칭송받는 선동열 감독을 모셔다놓고, 최신식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보여주고 있는 ‘민망한’ 경기력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KIA가 투자를 안 하는 구단도 아닌데 말이다.
● “해줘야 할 선수들이 안 움직인다”
핵심타자이자 주전 3루수인 이범호는 19일 SK전에서 송구하다 옆구리 통증이 생겼다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언제 올라올지 알 길이 없다. 야구선수가 공을 던지다 엔트리까지 빠질 정도로 아픈 이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한 야구인은 “이것은 자기관리 실패다. 비싼 몸값을 안겨준 구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분개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시즌 전부터 KIA를 다 약팀으로 꼽지 않았나? 그럴 때일수록 주장인 이범호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범호부터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2012시즌 후 4년 총액 50억원을 받고, 프리에이전트(FA) 영입된 외야수 김주찬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또 초반 레이스에서 이탈한 상태다. 지난 시즌이야 투수 공에 손목을 맞는 불가항력적 불운이 작용했으나 올 시즌 또 오른발 족저근막염으로 16일부터 엔트리를 비우고 있다. 김주찬은 복귀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지만 왜 유독 KIA만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것일까.
● “선수들이 먼저 포기하는 것 같다”
KIA는 29일 비를 뚫고 야구장을 찾아준 5161명의 광주 홈팬 앞에서 5-18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박경태가 1아웃을 잡는 동안 6점을 내주는 등 5회초 1이닝에만 11점을 줬다. 오심 탓이라고 떠넘기기엔 민망하다. KIA는 11일 광주 롯데전에서도 8-20으로 졌다. 17일 문학 SK전도 0-11로 패했다.
그나마 이 팀이 버티고 있는 것은 양현종과 DJ 홀튼 두 명의 헌신적 선발의 힘 덕분이다. 그러나 어떤 반전동력이 안 보인다. 기존 선수들을 긴장시킬만한 실력을 백업이나 신진급에서 못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팀 모두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 KIA 선수들은 ‘팀’이라는 가치로 돌아가야 된다”는 한 야구인의 평범한 충고를 되새겨야 할 때다.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