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살해한 게임아빠 충격… 청소년보다 더 위험한 ‘성인의 중독’
○ 게임 안에 ‘나만의 공간’이 있다.
지난달 7일 경북 구미에서 “게임을 하러 가야 하는데 자지 않았다”는 이유로 28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정모 씨(22)의 사건 이후 청소년들의 주된 문제였던 게임 중독 현상이 ‘성인’과 ‘부모 세대’에까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새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시내 PC방 6곳을 방문해 보니 밤 1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많은 성인이 게임에 심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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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신촌동 PC방의 한 대학생(23)은 “나 스스로 ‘중독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게임을 하는 순간만큼은 공부나 취업 같은 고민을 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가정과 회사에서 소외된 중장년층 남성도 게임 중독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인터넷중독 상담사는 “40, 50대의 경우 게임 공간에서 가정과 회사의 소외를 극복하려는 사례가 많았다”며 “지난해 4월경 센터를 찾은 한 50대 대기업 퇴직자는 하루 종일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하며 자녀들에게도 자신의 온라인상 레벨에 대해 자랑하다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말했다.
○ 게임 공간으로의 도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3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성인 중독 위험군 비율은 5.9%, 144만여 명에 달했다. 8만9000명으로 집계된 50대 중독 위험군은 이번에 최초로 조사된 수치다. 정보화진흥원은 중장년층의 인터넷 중독 위험성 확대를 반영해 2010년 이전까지 만 39세, 2011년 만 29세, 2013년 만 54세로 조사 대상 연령을 높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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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 소장은 “20대는 취업 실패와 적응 불안, 40, 50대는 진급 누락이나 가정 내 역할 실패 등이 작용한다”며 “세부적인 원인은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적으로 뒤처진 자신에 대한 괴로움을 게임을 통해 벗어나려는 양상은 연령대별로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곽도영 now@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