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공포를 골과 승리에 대한 절박함으로 이겨낸 수원 정대세(앞)다. 13일 인천 원정에서 PK 골을 성공시킨 정대세가 팀 동료 김은선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PK 트라우마 씻은 수원 정대세
“PK 자신감 되찾아…더 과감해질 것
공격수라면 2경기 중 한 골은 넣어야
모호한 신분…선수 정대세로 봐달라
분위기 UP…올 해 타이틀 획득 목표”
“두려움? 절박함으로 이겨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삼성 공격수 정대세(30)는 빼어난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유독 페널티킥(PK)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일본과 독일 무대를 누빈 과거에도 PK 지점에 서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트라우마가 생긴 건 수원 유니폼을 입고 난 뒤다. 데뷔 시즌인 작년 4월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였다. 무려 두 번이나 PK를 실축했고 수원도 2-6으로 대패했다. 비난은 엄청났다. 이후 그는 PK를 더 기피하게 됐다.
● 이제 이기적인 공격수가 될 터
-PK를 놓고 전남과 인천전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작년 (가시와전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솔직히 징크스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냥 과감하게 킥을 하면 되는데 생각과 달리 쉽지 않다. 인천 원정은 마음을 먹고 나왔다. 내가 얻은 PK는 이제 직접 처리하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욕심을 내겠다는 의미인데.
-그런데 득점이 조금 부족하다.
“맞다. 8경기에서 2골 1도움에 그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선에 한참 부족하다. 공격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득점을 해야 한다. 그게 본인도, 팀도 사는 법이다.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한다.”
-어느 정도가 원하는 수준인지.
“좋 은 공격수는 2경기 중 한 골은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최소 절반 이상의 확률을 보여야 팀도 이길 수 있다. 시즌 초반 골이 계속 안 터질 때 벤치가 날 투입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 넣을 땐 넣어야 한다. PK 골도 환영이지만 특히 인(In) 플레이 득점이 많아야 한다.”
● 수원의 진짜 도전
-놓친 챔피언스리그가 아쉽겠다.
“한이 많은 무대다. 계속 생각하면 뭐하나 싶다가도 마음은 책임감을 느낀다. 생각도 많아지고. 해트트릭처럼 한꺼번에 골을 몰아치는 것도 즐겁지만 정말 팀이 절실할 때 한 방을 많이 만들고 싶다. 분위기를 살리는 그런 골 말이다.”
-용병과 토종 선수의 묘한 경계에 있는데.
“인정한다. 신분을 신경 쓰려 하지 않지만 가끔 모호할 때가 있다. 내가 골을 못 넣으면 용병, 득점하면 똑같은 한국 선수처럼 되는 그런 것? 주변에서 바라보는 정대세와 내가 보는 정대세는 여전히 다른 것 같다.”
-오는 주말 울산 현대 원정에 이어 FC서울과의 슈퍼매치가 예정돼 있다.
“정 말 중요한 게임이다. 확실히 선두권을 향하느냐의 기로에 있다. 요즘 우리가 무실점에 연승 행진인데 분위기가 아주 좋다. 올해는 타이틀 하나는 가져오고 싶다. 작년 첫 슈퍼매치에서 퇴장당한 뒤 이후 게임에선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플레이를 했다. 기대가 정말 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