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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도서관에 어떻게 이런 책이…

입력 | 2014-04-16 03:00:00

“美에 발목잡혀 통일 멀어져” “서울대는 감투-승진 좌우하는 권력”
시민단체, 전국 256개교 조사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등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책들이 일선 학교에 보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책에는 특정 대학을 폄훼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는 최근 교육시민단체인 ‘21세기 미래교육연합’(대표 조형곤)이 전국 256개 초중고교 도서관에 소장된 보급도서 350만여 권을 분석한 결과다.

미래교육연합이 지적한 책 가운데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로 구성된 ‘전국 국어교사모임’이 펴낸 책이 1만3843권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나라 이웃나라’ 등의 저자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1만1517권),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1만645권)가 뒤를 이었다.

미래교육연합은 국어교사모임에서 펴낸 책의 일부 내용이 청소년 교육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2009년에 초판이 나온 ‘국어시간에 논리 읽기3’에서는 “자유 시장은 평등의 적”이라는 식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했다. 또 “패권주의 미국한테 발목 잡혀 계속 끌려가다 보면 통일도 멀어지고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도 위태로워진다”는 식으로 반미(反美)적인 시각도 강조했다. 심지어 “서울대는 감투와 승진을 좌우하는 물질적 힘이자 무시무시한 권력’이라는 식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국어교사모임의 ‘국어시간에 생활글 읽기2’에서는 ‘나는 꼼수다’의 전 진행자 김어준 씨가 쓴 글이 들어 있는데 여기에는 “두발 자유화를 위해 열심히 데모를 하라”거나 “자위는 몸이 요구하는 만큼 하라”는 등의 원색적 표현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 국문과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의 국어교육은 특정 이념이나 이해관계가 아닌 균형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일부 책은 다소 편향된 느낌”이라고 밝혔다.

본보 확인 결과 이런 책들이 학교마다 많게는 수십 권씩 비치돼 있음에도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조 대표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책의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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