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잃어버린 세계/마틴 브레이저 지음/노승영 옮김/384쪽·2만2000원·반니
이는 1859년 ‘종의 기원’을 펴낸 찰스 다윈에게 커다란 숙제였다. 그의 진화론을 입증하려면 46억 년 전 지구 탄생 이후 80%의 시간을 차지하는 선캄브리아기에도 생명체가 존재해야 하는데 ‘캄브리아기 폭발’ 이전 생명체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생명체의 등장이란 점은 창조론의 증거로 여겨졌다.
따라서 진화론자들에겐 다윈 진화론의 ‘잃어버린 고리’로서 선캄브리아기 생명체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1910년 캐나다 로키산맥의 버제스 고개에서 발굴된 캄브리아기 세일암맥에서 현생동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연체동물이 대거 발견되면서 수수께끼는 풀렸다. 삼엽충 이전의 생명체는 껍질이나 단단한 외부골격이 없는 연체동물이었기에 화석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찻숟가락만큼의 모래나 진흙 속에 1만 개체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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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점은 ‘생명의 대폭발’이 이뤄진 이유가 ‘눈’이냐 ‘입’이냐는 논쟁이다. 앤드루 파커의 ‘눈의 탄생’은 최초로 눈이 달린 생명체 팔로타스피스에서 그 기점을 찾는다. 이 책은 그보다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입을 갖춘 프로토헤르트지나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부골격을 갖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본다. 마치 창세기의 시작을 ‘빛’(눈)에서 찾느냐 ‘말씀’(입)에서 찾느냐에 비견될 만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