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냐, 인정이냐?/낸시 프레이저, 악셀 호네트 지음/김원식, 문성훈 옮김/400쪽·2만5000원·사월의책 세계적인 비판이론가 프레이저 vs 호네트 논쟁
‘분배냐, 인정이냐?’의 저자 낸시 프레이저 미국 뉴스쿨대 정치·사회학과 교수(왼쪽)와 악셀 호네트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철학과 교수. 호네트가 경제 구조 내의 왜곡된 인정 질서로부터 경제적 불평등이 기인한다고 보는 ‘분배 일원론’을 주장한다면, 프레이저는 분배와 인정은 밀접히 연결돼 있지만 서로 환원될 수 없는 독립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인정-분배 이원론’을 주장한다. 사월의책 제공
유럽 국가 중에서 이민자에게 가장 개방적이지만 2005년 이후 이민자 폭동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프랑스 사례를 살펴보자. 프레이저는 폭동 가담 이민자 대부분이 빈민이라는 점에서 ‘분배’라는 정의의 영역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폭동이 발생했다고 본다. 반면에 호네트는 동등한 권리에 입각해 사회 구성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를 보장하는 데 실패한 프랑스의 사회적 인정구조에 대항한 이민자의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인정’과 ‘분배’는 먼 나라 문제가 아니다. 당장 한국 사회에도 탈북자 문제가 있다.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서 가장 먼저 맞는 도전은 남한 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익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다문화주의’ 구성원이다. 생경한 자본주의 체제 문화를 익히는 일을 마치면 이들은 다시 탈북자를 향한 편견의 시선 아래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을 들고 생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탈북자는 북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프레이저와 호네트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정’과 ‘분배’의 문제를 연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지는 않을까.
김만권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