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파 시인 동시 발굴 동화작가 장정희 박사
청록파 시인들의 잊혀진 동시를 발굴해 연구하는 동화작가 장정희 씨(왼쪽)와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 이들은 2016년 박목월, 박두진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청록파 시인들의 동시집을 묶어낼 계획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가톨릭 소년’은 1936년 4월호부터 1938년 8월호까지 당시 북간도에 있던 연길교구에서 발간된 아동잡지. 최 교수를 통해 외국인 선교사의 개인 소장 잡지를 어렵사리 입수해 한 장 한 장 샅샅이 살피다가 시선이 멈췄다. 1936년 9월호에 실린 박목월의 동시 ‘개암이 장’ ‘꽃시계’, 같은 해 11월호에 실린 ‘가얌’을 발견한 것이다. 장 씨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시가 어떻게 나에게 찾아왔을까… 설렘과 사명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운명적인 만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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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광복 전후 아동잡지와 신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동시집 ‘초록별’ ‘호랑나비’(이상 1946년), ‘산새알 물새알’(1962년)에도 실리지 않은 동시들을 찾아냈다. 장 씨가 발굴한 목월의 동시 47편, 박두진 동시 46편, 조지훈 동시 13편은 계간 ‘서정시학’ 봄호에 실렸다.
“목월은 1930년대에 동시라는 장르를 정착시키는 데 이정표 역할을 한 것으로 아동문학사에 기록된다. 그동안 목월의 동시를 다룬 논문은 모두 출판된 책에 실린 동시 107편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목월 시 전집에도 동시는 한 편도 안 실렸다. 지금까지 총 205편이 확인된 목월의 동시가 일부만 다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가 찾아낸 동시를 본 목월의 아들이자 문학평론가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버님께서 이런 동시를 쓰셨느냐”며 놀라워했다. 박두진의 아들인 박영조 씨는 부친이 남긴 동시를 묶어 펴내려고 준비하다 장 씨가 발굴한 새 작품을 추가했다.
장 씨가 묵묵히 발굴 작업을 해나가는 데에는 스승인 시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66)의 격려와 조언이 있었다. 최 교수의 말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안데르센 동화로부터 시작됐다. 창조적 상상력은 아동문학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국내에선 이를 간과해 안타깝다. 청록파는 현대시사에서 지닌 의미 못지않게 아동문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와 동시를 아울러야 그들의 시세계 전체가 규명되고 현대시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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