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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家 3번째 대통령?… 美공화 큰손, 젭 대선후보 낙점

입력 | 2014-03-31 03:00:00

거액 기부자들, 당선 가능성에 베팅
본인은 지원유세하며 출마 저울질… 민주당 힐러리와 맞대결 가능성




미국 정치 명문 부시가(家)의 남자들. 왼쪽부터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 그리고 두 아들인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 전 주지사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공화당을 위해 대선에 출마해 주세요.”

누군가가 이렇게 외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29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공화당유대인연합회(RJC) 연례총회에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1)는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들이 연단에 올라 열변을 토했지만 정작 공화당에 거금을 기부하는 셸던 애덜슨은 연단에 오르지도 않은 부시 전 주지사에게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열어줬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에 9200만 달러를 내놓은 최대 기부가 애덜슨이 부시 전 주지사를 점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 보도했다.

WP는 공화당 중진 의원 3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공화당 배후 재력가들이 부시 전 주지사를 대선 주자로 밀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를 후원했던 기부자 중 다수는 벌써부터 부시 전 주지사와 그의 측근들을 만나기 위해 전화, e메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차남이며 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바로 아래 동생이다. 부시 전 주지사가 차기 대권을 잡는다면 부시 가문에서 세 번째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민주당에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번 대선에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24년 만에 부시 대 클린턴 가문이 또다시 맞붙는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WP는 부시 전 주지사의 강점으로 공화당 내 탄탄한 세력 확보, 개혁 성향의 정책 구사력, 히스패닉의 높은 지지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공화당의 보수 종교 세력과 온건 개혁파의 지지를 골고루 받고 있다는 점이 부시 전 주지사의 최대 강점이다. 부시 전 주지사는 1999∼2007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내면서 진보적 교육 이민 정책을 시행해 큰 환영을 받았다. 특히 강력한 라이벌이던 크리스티 주지사가 이른바 ‘브리지 게이트’에 발목이 잡히면서 그의 인기는 크게 치솟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 측근들은 그가 올해 말이나 내년 3월 말까지는 출마 결단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까지 전국을 돌며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후보들을 위한 지원 연설을 하며 소득 불균형, 외교정책에 관한 메시지를 가다듬고 후원자들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그가 출마를 검토 중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그가 출마한다면 적극 환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부시 전 주지사의 최대 난제는 미국인들이 가지는 ‘부시 피로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최근 WP-A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 ‘부시 전 주지사가 출마한다면 반대표를 찍겠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에 육박했다. WP는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 강하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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