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서원’ 강독 열기 후끈
《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입을 빌려 ‘국가 전체가 행복해지면 통치자와 수호자, 생산자 모두 각 계급에 맞는 행복을 누린다’고 했는데요.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파이를 키울 테니 그동안 참으라고 한 것처럼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관 아닌가요?”
“플라톤이 이상적으로 묘사한 국가나 개인의 모습은 매우 고립적인데요. 고립된 국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치적 삶이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아산서원. 서원생 15명이 박성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가 지도하는 플라톤의 ‘국가론’ 강독회에 열중하고 있었다. 국가론을 5번에 걸쳐 나눠 읽고 의견을 나누는 강독회의 세 번째 시간이다. 》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에 위치한 아산서원에서 열린 플라톤의 ‘국가론’ 강독회에서 서원생들이 박성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가운데)와 함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기숙사(아산학사)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만 생각하는 이들 서원생의 역할모델은 우리의 전통 지식인상인 ‘선비’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날 서원생들은 2시간에 걸쳐 ‘정의로운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 차원의 행복과 국가 구성원의 행복은 일치하는가’ 등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서원생들은 주로 대학 졸업생이나 학부 3, 4학년생으로 서원에서 공부하기 위해 취업 준비를 미뤘거나 휴학한 이들이다. 또래 친구들이 취업 준비와 스펙 쌓기에 바쁠 때 왜 쓸모없어 보이는 고전과의 씨름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불안감은 없을까?
“경쟁에 매몰된 학교에서는 학점을 잘 따서, 취업을 잘할 방법에 대한 고민만 있지 정작 ‘왜’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어 답답했어요. 서원 생활은 제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기회예요.” 5기생 박연수 씨(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의 말이다.
‘큰 배움’을 향한 이들의 갈증은 오늘날 취업사관학교, 기능인 양성소로 전락한 우리 대학 현실에도 책임이 크다. 김보미 씨(경상대 영문학과 4학년)는 “대학에 들어가면 인생과 사회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학교 강의를 들을수록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만 커져 갔다”며 “학교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어떤 갈증이 고전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의 서원생도 눈에 띄었다. 이빛나 씨(KAIST 생명화학공학 4학년)는 공학도에게도 고전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단순한 과학적 지식의 축적을 넘어 어떤 지식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알려면 그 답은 결국 역사, 철학 같은 인문학 속에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매년 두 차례 30명씩 신입생을 뽑는데 현재까지 1∼3기 졸업생 90여 명을 배출했다. 현재 6기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www.asanacademy.org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