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교 사업가 北납치’ 조사 착수
중국 국적인 쑹(宋)모 씨가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체제 안전을 위해 금단의 영역인 중국 국민에게까지 테러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쑹 씨는 북한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국적은 중국이다.
○ “야간에 박스에 담겨 납치”
쑹 씨 가족이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3일 오후 7시경이었다. 그는 “사업 관계로 만날 사람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소식이 끊겼다. 그는 북에서 자식들만 데리고 나와 단둥에서 살고 있었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데다 외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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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설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쑹 씨는 김 선교사와 사업 등의 목적으로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에서 지하교회를 운영하던 김 선교사는 지난해 10월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갔다가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에 체포됐다. 북한은 이후 김 선교사와 접촉했거나 기독교와 관련 있는 현지 주민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평양에서만 주민 수십 명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며 “북한이 이번에 체제 안정을 해치는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쑹 씨가 김 선교사의 단둥 내 목회활동이나 북한 입경에 실제로 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쑹 씨 실종 사건이 알려지면서 단둥의 화교 사회도 술렁이고 있다. 황해도 출신의 한 화교는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다시는 북한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단둥 거주 화교는 8000여 명(2006년 기준)으로 대부분 북에서 건너와 대북 사업과 관련을 맺고 있다.
○ 강도 더하는 ‘숙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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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북한의 내부 통제에 대한 각종 소문이 퍼지고 있다. 한 대북 사업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비서실 격인 노동당 주석실 인력을 집권 이후 2번이나 갈아 치웠으며 그중 일부는 총살형을 당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며 “특이한 건 과거에는 밖으로 새나오지 않을 소문까지 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는 북한 지도층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숙청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노동당 간부는 물론이고 해외 공관원들조차도 ‘언제라도 소환돼 처벌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청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북한 재외공관에 하달된 숙청자 명단에는 승리무역 고위간부와 실무자도 포함됐다. 승리무역은 북한 주요 수출품인 석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외화벌이’ 조직이다. 북한에서는 대부분의 권력기관이 이권사업에 개입돼 있어 부패 혐의에서 자유로운 간부가 드물다. 이에 따라 간부들 사이에는 “붙잡혀 어설프게 처형되느니 차라리 자결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고 당국은 조사 대상자의 탈출을 봉쇄하기 위해 접경지역 통제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조숭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