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한 참모 & 못 한 참모/靑 실장-수석 평가] 업무 높은 평가 받은 두 실장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몸을 던지라는 주문이다. 지난해 8월 김 실장이 부임한 이후 청와대 비서실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모든 보고는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요점만 깔끔하게 정리한다. 김 실장은 웬만한 사안을 자신이 신속하게 결정한다. 그가 청와대 비서실의 수장이 된 이후 비로소 청와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경륜과 카리스마의 김기춘
김 실장은 ‘잘한 참모 4위’에 올랐지만 ‘잘 못한 참모 7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 들어 여당 초선 의원들을 만나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외부와 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그림자 행보’가 오히려 청와대 장벽을 높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 김 실장이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 사이에 실질적 구심점 역할을 맡으면서 당정청 소통이 오히려 경직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등 각종 인사 잡음과 부처 간 정책 혼선도 김 실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낳았다.
평가자 중 일부는 김 실장 부임 이후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면서 격의 없이 토론하는 분위기가 더 위축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실장이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을 충실하게 보좌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 회의 시간에 토론은 더 활성화됐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박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도 김 실장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 외교안보의 확실한 컨트롤타워, 김장수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달 25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이런 다짐을 전했다.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병법이다.’ 손자병법의 전문가다운 각오였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시작된 북한의 도발 위협과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 탓에 그는 한동안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등 누구보다 살얼음판을 걸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등 과묵하다. 외부인사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인지 평가자 중 일부는 ‘독선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포스트를 군 출신이 차지하면서 외교안보 기조가 대체로 강경하게 흐른다는 점도 부정적 평가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나 외교 현안은 박 대통령이 참모들의 의견을 들어 직접 결정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현안에서 확고한 원칙과 대응을 주문하면서 김 실장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김 실장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