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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 기자의 여의도 X파일]저위험-고수익 투자법은 없다

입력 | 2014-03-11 03:00:00


재미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하고 영화를 보면 만족하기보다 실망하면서 극장을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소설이 나오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지만 책장을 덮을 때 뭔가 부족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죠. 한껏 높아진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일 겁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 불균형, 투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에서 전 세계 22개국 고액자산가 1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균 약 2억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500명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올해 증시에서 연 8.5%의 수익을 내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올해 목표 수익률(6.8%)이나 미국 투자자들의 기대치(8.0%)보다도 높은 수익률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올해 선진국 증시의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예상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은 셈입니다.

기대치는 높은데 투자는 보수적으로 하겠다는 응답이 많습니다. 한국 응답자의 61%는 “올해 투자를 작년보다 더 보수적으로 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미국(45%), 유럽(52%)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평균치인 52%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큰데 공격적인 투자는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보니 “아마 올해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부정적인 응답을 한 투자자의 비율도 32%로 전 세계 평균치(18%)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어느 정도 기대를 가지고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목표한 수익률이 높으면 한 해가 끝났을 때 수익을 내고도 실망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국내 증시 투자 환경은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지 않고서는 5% 이상의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투자자들이여, 기대치를 조금만 더 낮춰보면 어떨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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