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상상축제’ 개막작 아리랑 선정 이춘희 명창 7, 8일 파리서 공연
단아한 체구의 이춘희 명창이 경기민요를 부르기 시작하자 청아한 소리가 가득 퍼졌다. 그가 라디오프랑스와 함께 제작한 ‘아리랑과 민요’ 음반이 올해 1월 세계 60여 개국에 출시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67)이 부르는 맑고 청아한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 최종 심사 과정에서 울려 퍼졌다. 문서와 자료화면 위주의 심사에서 이 명창이 실연으로 ‘아리랑은 바로 이것’이라는 걸 보여준 것.
이 명창은 1시간 20분 남짓의 아리랑 공연에서 밀양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 유산가, 이별가 등을 부른다. 이 곡들은 대부분 경기민요로 분류된다.
최근 만난 이 명창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 공연에서 경기민요는 판소리에 가려 언제나 ‘양념’처럼 소개됐어요. 경기민요가 메인으로 구성된 공연은 처음이에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많이 돼요.(웃음)”
이 명창은 ‘국악=판소리’로 인식되는 데 대해 아쉬워했다.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송소희 양이 부르는 건 판소리가 아니라 경기민요다. 이 명창은 송 양 덕분에 경기민요가 알려지게 된 것을 반가워했다.
“경기민요는 섬세해서 배우기가 진짜 어려워요. 50년간 소리를 했지만 안 되는 날이 많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듣기는 참 좋죠. 중독성이 강해 한번 들으면 귀에 쏙쏙 꽂힌답니다.”
경기민요는 과거 서민들이 쉽게 흥얼거리곤 했지만 차츰 잊혀져갔다.
“술집에서도 흥이 나면 아가씨들이 경기민요를 즐겨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민요는 천박한 노래로 치부됐어요. 하지만 술 마시면서 케이팝을 불러도 천박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