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TV 시청률 순위 1, 2위를 다투는 프로그램은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다. 두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전지현(33)과 김희선(37)인데 1990년대에 데뷔한 이들은 오랜 공백기간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에 복귀하자마자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엄정화(45) 문소리(40) 조민수(49)는 ‘수위 높은’ 로맨스 연기를 펼쳐 화제가 됐다. 김희애(47)는 ‘우아한 거짓말’의 주연을 맡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90년대 언니들’이 대중문화계를 20년째 꽉 잡고 있다. 이들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기반은 또래인 40대 여성들이다. 》
여배우가 결혼과 출산을 하면 젊고 예쁜 20대에게 밀리는 게 ‘순리’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부녀 배우들은 ‘아줌마’이기를 거부한다. 1993년 데뷔한 배우 김희선은 최근 KBS ‘참 좋은 시절’의 주연을 맡았다. 그는 유부녀임에도 20년째 로맨스의 주인공이다. KBS 제공
40대가 된 이후에도 이들의 파워는 여전하다.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최근 5, 6년 사이 대중문화 산업의 타깃층이 30대 여성에서 40대 여성으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20, 30대를 겨냥했던 케이블 채널 tvN은 40대까지 타깃층을 확대해 ‘응답하라 1994’와 ‘꽃보다 누나’를 히트시켰다.
40대 여성은 ‘본방 사수’를 하는 가장 젊은 세대이다. ‘라이프트렌드 2014’의 저자 김용섭 씨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더이상 TV로 시청하지 않는다. TV를 버리지 않은 사람들 중 가장 왕성한 소비력을 가진 세대가 40대이며, 이 중 남성보다 여가 시간이 많은 여성이 TV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계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화적으로도 40대 여성은 이전의 40대와는 다르다. 20% 안팎이었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지금의 40대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인 1990년대부터 40% 이상으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이들은 20대 시절 민주화된 사회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렸으며, 결혼 못지않게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은’ 첫 세대이다.
30, 4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 온’의 최인희 총괄팀장은 40대 여성을 ‘세련된 레트로(복고)’ 세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젊은 시절 풍요로운 문화를 경험한 40대 여성은 새로운 것에 개방적이다”라며 “취업난을 겪는 20, 30대에 비해 경제력이 있는 40대 여성은 확실한 트렌드세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0대 여성의 문화소비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CJ E&M의 ‘2013년 영화 콘텐츠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40대 여성의 극장 관람 경험률은 90%에 이른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