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오디션에서 실패를 맛보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박서준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 데뷔 3년 만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숙한 배우’도 좋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SBS ‘따뜻한 말 한마디’로 화려하게 떠오른 박서준
구김살 없는 얼굴 뒤 오랜 무명의 그늘
슬픈 감정 연기로 시청자 눈물샘 자극
차기작 tvN ‘마녀의 연애’ 출연 확정
19세 연상 엄정화와 로맨틱 코미디
숱한 오디션에서 고배를 들면서 “나는 왜 안 되는가?”라고 자책도 해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유명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언젠가 자신에게도 기회가 오리라 믿었다. 3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때가 왔다. 25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김지수 동생 민수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박서준(26)은 벌써부터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힘들었던 시간들이 길면, 그만큼 행복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제 겨우, 아주 조금 바닥에서 한 계단 올라갔을 뿐”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 귀여운 눈웃음에 구김살 없는 성격을 가진 그에게 힘들었던 과거는 엿보이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그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였다.
“열일곱 살 때부터 배우 빼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는 그는 신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할 무명의 시간을 보내면서 상처 아닌 상처를 받았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스스로 상처를 덜 받고,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워낙 상처를 잘 받는 편이기도 하다. 생각도 많고…. 내가 상처를 받아봐서 남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되니까, 상대의 입장까지 생각하게 된다. 하긴 세상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PD님이 제 우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개처럼 운다’라고 하더라. 하하! 주위에서는 제발 ‘멋있게 울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상황에 충실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슬픈 감정이 잘 전달됐다고 하는 칭찬 같아 기분 좋다.”
박서준은 점차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숨기기 바빴던 자신을 하나씩 찾아가는 기쁨도 맛보고 있다.
“형제 중 첫째다보니까 행동을 조심하게 하게 됐다. 어쨌건 동생들이 보고 배우니까. 그러면서 나 자신을 숨기게 되더라.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하고. 예전엔 식당에서 주문도 못했다. 부끄러워서(웃음).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많이 바뀐 편이다. 매 상황과 캐릭터가 다르니까 그 안에서 점차 나를 찾아가게 되더라. 연기자로서 성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박서준은 차기작도 이미 정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에서 19세 연상인 엄정화의 상대역을 맡고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