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창현의 투구 모습. 송창현은 류현진(LA 다저스)을 빼고는 지난 4년간 끊어진 한화의 토종 10승 투수의 맥을 이어갈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화 좌완 기대주 송창현
작년 9월 이후 방어율 1.89 인상적 호투
“정민철코치님의 템포변화 주문 큰 도움”
“한화로 트레이드 지금 생각하면 행운
지난해 결혼도 했으니 열심히 해야죠”
한화는 지난 겨울 국가대표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해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싸움이고, 마운드가 약하면 결코 좋은 성적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한화는 최근 4년간 류현진(LA 다저스) 외의 1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만큼 10승 투수가 그 어느 팀보다 절실하다. 송창현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10승 투수의 잠재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 단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 거르지 않겠다
-스프링캠프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네. 지금까지는 다 좋은 것 같아요. 아픈 데도 없고 공도 잘 갑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허벅지가 굉장히 굵다.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의 허벅지는 ‘꿀벅지’라고 하잖아. 네 허벅지도 만만치가 않다. 몸무게는?
“100kg이요. 더는 안 나가요.”
-몸무게가 많은 편 아닌가?
“글쎄요. 일단 공 던지는 데 부담은 없고요. 정민철 코치님도 살 빼라는 말씀은 안 하시니까, 그냥 유지하려고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프로 타자들을 내가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떤 승부에서 그런 생각을 했나?
“직구를 던질 때 타자들이 밀린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못 던져서 맞은 것은 있어도, 잘 던져서 맞은 건 거의 없었어요. ‘나만 잘 하면 되겠구나’,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어떤 점이 가장 안 된 건가?
“컨트롤이죠. 공이 제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됐어요.”
-아마 시절에는 어땠나? 원래 컨트롤은 안 좋은 편이었나?
“컨트롤 좋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프링캠프에선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쓰나?
“역시 컨트롤이죠. 피칭할 때 최대한 집중해서 던지고 있어요.”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는 거요.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선발투수 자리를 지켜내고 싶어요.”
● 시즌 막판 6경기 4패, 방어율 1.89
-프로 데뷔 첫 등판을 기억하나?
“네. 5월 18일 두산전인데 선발로 나갔어요.”
-어땠나?
“4이닝을 던졌는데 두 점 줬어요.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그날은 하체가 내 하체가 아니었어요.”
-전반기는 안 좋았는데 후반기는 성적이 괜찮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하나를 꼽자면 템포의 변화였어요. 제가 포수 사인을 받고 좀 시간을 끌다가 던지는 스타일이었는데, 정민철 코치님이 ‘사인을 받으면 바로 던져보자’고 하셨어요. 그게 좋았어요. 제가 사인을 받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인상적 피칭을 많이 했다. 구종의 변화도 있었지?
“6월에 송진우 코치님이 서클체인지업 그립을 가르쳐주셨어요. 한 번 던져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배웠어요. 직구하고 슬라이더밖에 못 던졌는데, 체인지업을 던지니까 타자하고 상대하는 게 훨씬 편했죠.”
-맞아. 중계할 때 가끔 체인지업이 수준급이라는 생각을 했어.
“네. 지금은 체인지업이 가장 자신 있어요.”
-스트라이크 던지고, 볼 던지고, 떨어지는 폭을 조절하고, 그 정도가 가능한가?
“가능해요. 좌타자한테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어요.”
-9월 이후 6경기는 참 인상적이었다.
“볼넷이 적었어요. 38이닝 동안 10개밖에 안 줬어요. 컨트롤이 잘 되니까 결과도 좋았고요. 처음에는 타자 얼굴 안 보고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는데, 그때는 타자 얼굴도 쳐다보면서 던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마지막 경기요. LG전에서 리즈와 맞대결했는데,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어요. 삼진은 한 개밖에 못 잡았지만, 진짜 던지고 싶은 데로 공이 갔어요.”
-스스로 생각할 때 송창현은 배짱이 있나?
“네. 좀 있는 것 같아요. 지는 것도 싫고.”
● 한화로 트레이드는 엄청난 행운!
-야구는 언제부터 했나?
“경주 동천초등학교에서 시작했죠. 친구가 연습하는 것 구경하다가, 감독님 권유로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투수였나?
“투수랑 1루수만 했어요. 근데 이름만 투수고 거의 1루수였죠.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던진 적이 없어요.”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투수가 된 건가?
“2학년 때부터요. 감독님이 선발로 나가라고 해서 그때부터 쭉 선발투수로 뛰었어요.”
-대학교 3학년 때가 공이 좋았다며?
“제주 국제대가 12시 게임이 많았어요. 약한 팀이 그 시간에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프로 스카우트들이 다 점심을 먹으러 가요. 나도 투순데 좀 속상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145km를 던지면서 소문이 조금씩 나니까, 스카우트들이 점심을 먹으러 안 가더라고요.”
-많이 기뻤겠다.
“지금처럼만 던지면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때 처음 프로야구를 생각했어요. 그때까지 프로야구는 꿈도 안 꿨거든요.”
-그렇게 입단한 롯데였는데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멍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저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어요.”
-행운?
“롯데에 있었으면 선발 기회나 있었겠어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에 온 건 정말 큰 행운이죠.”
● 결혼도 했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죠!
-스스로 생각할 때 장점은 무엇인가?
“집중하는 능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공을 던지는 체력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많이 던지고 싶어요.”
-던지는 공들이 다 괜찮은 게 가장 큰 장점 아닌가?
“감사합니다. 직구는 무브먼트가 좀 있고요. 체인지업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정민철 코치는 슬라이드 스탭이 좋다고 하더라.
“주자 1루 때 빠른 편이죠. 지난해 도루하던 주자를 여러 번 잡았어요.”
-올해 목표가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사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몇 승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나?
“솔직히 저도 아직 저를 모르겠어요. 몇 년 전까지 프로야구선수라는 걸 생각조차 안 했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또 지난해 결혼도 했으니까 진짜 열심히 해야죠.”
-좋아하는 투수, 롤모델이 있나?
“없어요.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잘 해서 다른 누구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화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씩씩하게 던지겠습니다. 컨트롤이 좀 잘 되면 좋겠는데, 컨트롤이 안 되더라도 응원 부탁드립니다.”
●송창현은? ▲생년월일=1989년 8월 17일 ▲키·몸무게=181cm·100kg(좌투좌타) ▲출신교=대해초∼매송중∼야탑고∼제주국제대 ▲프로 지명·입단=2013신인드래프트 롯데 3라운드(전체 27순위) 지명·입단 직후 한화로 트레이드 ▲2013년 성적=30경기 82.2이닝 2승8패(방어율 3.70) 46탈삼진 ▲2014년 연봉=4600만원 ML 출신 용병과 경쟁? 배움 앞에 자존심 없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