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스펙 타파” 취지는 좋았으나…
최근 삼성그룹이 신입사원 공채에서 학력, 출신 지역 등 이른바 ‘스펙’을 타파하겠다며 도입한 대학총장 추천제가 대학 서열화 논란으로 전면 보류되자 열린 채용을 추진하던 대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도입한 길거리 캐스팅을 올 하반기(7∼12월) 공채에도 다시 시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길거리 캐스팅과 자기 추천, 친구 추천제 등을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 ‘더(The) H’를 도입했다. 더H를 위해 신설된 채용팀 직원들은 새벽 버스를 타거나 대학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추천서를 받아 100여 명을 1차로 선발했다. 인성, 역량 평가를 통과한 최종 선발자들은 올 초 입사했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나자 현대차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만약의 가능성을 위해 방학 동안 지방 대학생들이 올라와 서울시내 유명 대학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의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좋은 점도 많았지만 부작용도 감지돼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며 “채용 인원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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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스펙 타파’를 주문한 데다 대기업들이 그물을 던져 구직자들을 한번에 건져 올리는 투망식 공채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 열린 채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실무 부서에서 열린 채용을 통해 들어온 신입사원에 대해 ‘(스펙이) 검증되지도 않은 사원을 어떻게 데려가느냐’며 꺼려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B사 담당자는 “학생들은 봉사활동이나 배낭여행, 아르바이트 등 ‘이색 스펙’을 만들어 와야 하고 인사 담당자들은 진짜 인재를 가려내기 어려워졌다”고 불평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스펙 대신에 ‘도전’ ‘인성’ 등 애매모호한 주제를 던져주니 학생들이 마치 만능인이 돼야 하는 듯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