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cm 눈에 속수무책… 전재산 날려, 강원 초중고 11일까지 휴업 연장
‘눈 폭탄아! 이제 그만.’ 동해안 지역에 닷새째 폭설이 이어진 10일 오전 강원 강릉시 월호평동의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 한 농민이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남아있는 눈을 털어내고 있다. 강릉=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이동근 씨(46)는 10일 폭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토마토 비닐하우스(3967m²)를 망연자실한 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첫 수확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그는 2개월 전 남들보다 빨리 토마토를 재배하기 위해 난방시설을 갖춘 하우스를 지었다. 1996년부터 농사로 모은 재산에 은행 대출까지 보태 3억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7일 0시경부터 8일 새벽까지 쏟아진 눈 폭탄은 이 씨의 꿈을 앗아갔다. 그는 폭설 속에서 눈을 치우며 하우스를 지키려 했다. 그러나 결국 8일 오전 6시경 눈앞에서 하우스가 무너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주말 동안 이 지역에 내린 눈은 71cm가 넘었다. 이 씨는 “이곳에 살면서 이런 폭설은 처음이다.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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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20여 년 만의 폭설로 상옥리 등 50여 농가가 10억96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경북 지역 전체 피해액 15억2000여만 원의 72%를 차지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10일까지 포항을 비롯해 청송 영양 봉화 울진 등 5개 시군 농가 100여 곳에서 비닐하우스 156동이 무너졌다.
강원 동해안 지역도 피해가 잇따랐다. 10일 오전 7시경 삼척시 노곡면 하마읍리의 삼척시 소유 게이트볼장 지붕이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됐다. 강릉 동해 속초 삼척 정선 고성 양양 등 7개 시군의 비닐하우스 24동과 축사 15동 등 45개 시설이 파손돼 6억2200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강원 동해안 초중고 166개교가 임시휴업을 한 데 이어 11일에도 83개교가 연장 휴업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이산가족 상봉 행사(20∼25일 예정)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폭설이 내린 금강산에 제설차 3대와 행사 준비인원 10여 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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