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부진-朴 소속팀 맹활약 등 월드컵 개막 전까지 변수 생기면 또 ‘朴 발탁’ 여론 나올까 경계… 팀 안정 위해 매듭지으려는 듯
“내가 (박)지성이 성격에 대해 100%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지성이 성격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고 몇 차례나 얘기했는데 내가 간다고 (대표팀에) 복귀하고 그럴 건 아니었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8일 “지성이를 만나 대표팀 복귀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보겠다”고 했었다. 직접 만나 얘기해 봐야 복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했으면서도 왜 네덜란드까지 날아가 박지성(에인트호번)을 만나려고 했을까.
“중요한 건 박지성 선수가 ‘대표팀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하는 그 얘기를 내 귀로 직접 듣고 싶은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표팀 전지훈련을 지휘하던 홍 감독은 28일 “이제 정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여부를 두고 말이 많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고 싶다는 얘기 같았다.
홍 감독은 자신이나 박지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박지성의 복귀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경계했다. “박지성 복귀 얘기가 안 나오면 좋겠지만 또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 문제가 4월이나 5월에 튀어나올 수도 있다. 월드컵 준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런 문제가 터지면 큰 고민이고 팀에도 도움이 안 된다. 감독으로서 마지막 준비 단계에 팀이 흔들리는 건 철저히 막아야 한다.” 홍 감독은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 안에는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지성이를 만나 보겠다”는 얘기를 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박지성의 복귀를 설득하려나 보다 하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건 어느 정도 감수했다고 한다.
홍 감독이 먼저 박지성을 조용히 만나 복귀 의사를 물어본 뒤 결과를 알렸더라면 지금 같은 잡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소 카리스마 넘치고 진중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섣불리 말부터 먼저 꺼낸 이유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또 자신이 찾아가기 전에 박지성이 “복귀 가능성 0%” 식의 말을 하리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복귀 가능성 0%’란 말을 전해 듣고도 홍 감독은 미국과의 평가전이 끝나는 2월 2일 이후 박지성을 직접 만나겠다고 한다. “내 귀로 직접 들어야 나중에 박지성 복귀 얘기가 또 나왔을 때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래야 팀이 흔들리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