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회 시상식 파격-반전 가득
스스로 로봇이라고 주장하는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가장 중요한 부문인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해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18세가 된 뉴질랜드의 여고생 싱어송라이터(로드)가 ‘올해의 노래’를 낚아챘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노래(‘세임 러브’)를 부른 듀오(매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가 ‘최우수 신인’으로 뽑혔다. 이들이 축하 무대에서 ‘세임 러브’를 부를 때 객석 한곳이 갈라지며 예복을 차려입은 동성 커플 33쌍이 나타나 노래의 절정부에서 반지를 교환했다. 전례가 없는 ‘시상식 중 결혼식’이었다.
시상식 내내 로봇 탈을 쓰고 자리를 지킨 다프트 펑크는 수상자로 호명돼 세 차례나 무대에 올랐지만 가면을 벗지 않았으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들의 히트곡 ‘겟 러키’에서 노래를 맡은 퍼렐 윌리엄스는 듀오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고 “아마 이 로봇들도 감사할 사람으로 가족을 꼽을 것”이라고 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그래미의 변화에 주목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는 몇 년 전부터 영국의 아델과 멈퍼드 앤드 선스, 캐나다의 아케이드 파이어에 주목하며 미국 내 창작력 고갈을 인디 출신의 비(非)미국 음악인에서 찾아왔다”면서 “이번에 다프트 펑크와 로드의 수상은 팝의 중원을 차지했던 미국 음악계가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갈 길을 제시받는 모양새를 보여 준다”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미국 컨트리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 실패와 괴짜 뮤지션들의 득세에서 그래미가 젊어진 모습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