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T, 황창규號의 과제]<中>무너진 통신 경쟁력 회복해야
이 자리에 참석했던 KT 대리점 관계자는 “생각보다 황 회장이 KT 사정을 많이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통신시장에서도 새로운 ‘황의 법칙’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통신기업 KT’의 영업망 붕괴
통신업계에선 황 회장의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가 통신기업 KT의 통신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망가진 이동통신 영업망을 되살리는 한편 주파수 정책 혼선으로 업계에서 가장 늦게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생긴 후유증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판매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인기 없는 통신사로 전락했다. KT는 일종의 휴대전화 가격정찰제인 ‘페어 프라이스(fair price)’ 정책과 대리점 수수료 줄이기 정책을 도입했다.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보겠다는 혁신적인 시도였지만 2012년을 전후해 총 100만여 명의 잠재고객을 가진 대형 대리점들이 경쟁사로 갈아타는 결과를 빚었다.
국내 유·무선통신 기술을 선도해온 KT가 경쟁사보다 6개월 늦게 LTE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동통신시장의 변화 속도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통신 분야 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T의 한 전직 임원은 “통신시장을 잘 모르는 경영진이 부동산, 렌털 등의 ‘탈(脫)통신 경영’에 지나치게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2009년 300명이 넘는 전체 임원 가운데 현재까지 KT에 남은 인사는 1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임원진이 대거 물갈이됐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KT가 선택한 주파수 대역이 전파 간섭 문제를 일으키면서 KT는 LTE-A 서비스 출시도 이동통신 3사 중에서 가장 늦었다. 최신 단말기와 신규 서비스에 민감한 국내 가입자들은 그 사이 KT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유선통신 분야 비전 제시해야
매출은 전체의 20%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 인력은 전체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유선통신 사업’을 합리적으로 재편하는 것도 숙제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분야의 매출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전화, 모바일 인터넷의 부상에 따라 매년 급속히 줄고 있다. 지난해에만 3200억 원이 감소했을 정도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선사업 부문에서는 ‘황 회장이 취임하면 대대적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과 함께 효과적인 인력 재배치 및 신규 연계 사업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업계는 황 회장이 결국 얼마나 ‘통신 마인드’를 가지고 일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중요한 하드웨어 시장과 마케팅이 중요한 통신시장 간에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 차이가 있는데, 황 회장이 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KT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KT 출신의 한 정부 고위 관료는 “아무리 좋은 운전자라도 차가 좋아야 잘 달리는 건데 KT는 지금 많이 망가진 차”라며 “어떤 면에선 달리기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차를 잘 고쳐 보려고 하는 게 KT와 황 회장 모두에게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정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