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미리내 가게’오픈배고픈 누군가를 위해 한끼 식사값 아름다운 나눔
“나누니 행복해요” 21일 ‘미리내 가게’ 활동에 참여한 서울시청 앞 지하도 상가 내 명동칼국수 사장 안현수 씨(왼쪽)와 트리 안 카페 사장 이진영 씨가 가게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리내 가게’는 ‘음식 값을 미리 내는 가게’라는 뜻.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러 온 손님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본인 음식 값과 함께 추가로 음식 쿠폰을 사고 비용을 내면 주인은 칠판에 ‘어떤 고마우신 분이 칼국수 1그릇 값을 내 주셨습니다’라고 안내 문구를 적는다. 이날도 점심시간 무렵이 되자 칠판에는 금세 ‘떡볶이 1그릇’ ‘치즈라면 1그릇’ ‘카페라떼 1잔’ 등 기부자들이 참여한 음식 목록으로 채워졌다. 이들 음식은 한 끼 식사를 할 돈이 없는 노숙자나 노인이 이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음식 나눔’인 셈이다.
이 나눔 문화는 이탈리아에서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커피값을 미리 내면 돈이 없는 누군가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상인들이 미리내 가게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쁜 와중에 기부금을 일일이 칠판에 적고 다른 이에게 전하기가 번거롭게 느껴졌던 게 사실. 하지만 서울시설공단 측과 김 대표 등은 일일이 지하도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설득했다. 상인들은 “커피 한 잔, 국수 한 그릇을 준다는 의미를 넘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일”이라는 취지를 듣고 점차 마음을 열었다.
가장 먼저 미리내 가게 선정에 참여한 ‘1호점’ 명동칼국수 사장 안현수 씨(58)는 “예순 살을 앞두고 무언가 사회에 공헌할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음식 장사를 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지하도 상가 내의 미리내 가게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상가 카페 주인까지 끌어들였다. 2호점 미리내 카페 주인 이진영 씨(62)는 “불우 이웃뿐만 아니라 지나다니는 모든 시민이 서로 커피 한 잔씩 사며 따뜻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직후 지하도 상가 상점 2곳에서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
앞으로 미리내 운동본부의 대학생 서포터스는 시청 지하도 상가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점검해 보완할 계획이다.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정준 씨(27)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미리내에 참여한 가게를 홍보하는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