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포스코 권오준號]<상>조직-인사 혁신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네, 생각은 했습니다.”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67)은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회장 선임 일정에 영향을 미쳤나”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권오준 포스코 사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직후였다. 이 의장의 말은 차기 회장 선정 일정을 짜면서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선임 일정까지 고려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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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은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밝힌 뒤 언론에 여러 명의 정치인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느냐”며 “지난해 11월 승계협의회를 구성할 때부터 완전히 독립적이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진행하자고 이사회 전체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 ‘외풍’에 발목 잡힌 포스코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한 이후에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항상 사령탑 교체 압력을 받아 왔다. 정 회장 역시 국세청 세무조사 등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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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에 인사나 납품 청탁을 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도 많았다. 민영화 이후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가 되면서 무리한 요구가 많았다는 것이다.
○ 정준양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포스코의 사내 ‘계파 갈등’도 경쟁력을 떨어뜨린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1980년대 황경로(전 포스코 회장)-안병화(전 상공부 장관), 2000년대 정준양-윤석만(전 포스코건설 회장) 등의 경쟁구도는 계파 간 갈등으로 확대됐던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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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 관계자는 “권 사장이 공식 취임 후 ‘정준양 라인’으로 분류되는 포스코 고위 임원들을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 선정 방식 및 절차에 대해서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사장의 임기는 2017년 2월까지다. 그가 연임을 하든 다른 인사가 새 회장에 오르든 2018년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사퇴 압력에 시달리지 않도록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처음 가동된 ‘승계협의회’는 외부 후보자들을 공모하는 대신에 헤드헌팅 업체의 추천을 받았다. 이 방식은 정치권의 입김을 어느 정도 차단했지만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들이 추천돼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 임기가 끝나는 이 의장과 한준호 삼천리 회장의 후임 사외이사로 누가 추천될지도 주목된다. 포스코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를 추천하고 주총을 거쳐 선임된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