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김경희 이사장과 김진규 전 총장이 학교 돈을 개인적으로 가져다 쓴 비리 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건국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스포츠센터)의 권리를 포기해 학교에 손실을 입히고 회계 비리를 저지른 김 전 총장을 징계하지 않고 의원면직했다. 이사장과 총장이 상호 견제하기는커녕 서로 비리를 덮어준 꼴이다.
대학 회계는 수익 사업과 관련된 법인회계와 학교 운영에 관한 교비회계로 나눠지고 둘은 엄격히 구분된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242억 원(장부가액)의 스포츠센터를 학교가 분양한 주상복합 스타시티의 입주민 대표회의에 40년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고 시설비와 관리비를 법인회계에서 지출했다. 입주민들이 당초 분양받은 스포츠센터가 부실하다고 항의하자 이마트에 분양하기로 했던 공간을 스포츠센터로 바꿔 입주민에게 제공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 결정으로 교비회계로 가야 할 몫을 그만큼 줄어들게 만들어 학교에 손실을 끼쳤다.
수익용 재산 처분은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인데도 김 이사장은 교육부 허가도,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의사 결정을 했다. 그는 역시 학교가 분양한 더클래식500의 펜트하우스(244m²)를 5년 8개월 동안 임의로 사용하고 관리비 8000만 원 및 추징 부가세 1억2600만 원을 법인회계에서 납부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이 2001년 더클래식500을 포함한 스타시티 사업을 벌여 건국대와 건국대병원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리가 덮일 수는 없다. 김 전 총장은 교수평가를 강화하겠다며 교수들의 반발을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이번 혐의를 보면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현재 다른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있는 상태에서 학교 비리가 추가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비리 정황을 파악하고도 방관하다가 내부 제보를 받고서야 감사를 벌였다. 교육당국은 비리 사학이 발붙일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건전한 사학이 도매금으로 욕먹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