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 英건축가 자하 하디드 e메일 인터뷰
건축계의 여제로 불리는 자하 하디드. 자신의 옷은 직접 디자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더블 제공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64). 그의 최근작인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는 2007년 사업비를 2274억 원으로 잡고 시작했으나 지난해 11월 완공 후 결산한 결과 4840억 원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예산 증액은 그의 이름값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3월 21일 DDP 개관을 앞두고 3월 11일 방한하는 그를 e메일로 먼저 만났다.
―DDP의 비정형 디자인이 독특하다.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자하 하디드의 작품들.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조감도, 영국 런던의 서펀타인 새클러 갤러리, 중국 베이징에 건설한 쇼핑몰 갤럭시 소호(위쪽부터). 동아일보 DB, 서펀타인 새클러 갤러리 제공
“사람들은 ‘왜 건물에 직각이나 직선이 없느냐’고 묻는다. 삶이란 격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보라. 평평하지도 규칙적이지도 않지만 그 속에 있으면 편안하다. 21세기 건축은 20세기의 네모 블록 건축을 뛰어넘어 유동적이고 복잡하면서도 통합을 요구하는 삶을 담아내야 한다.”
―DDP 설계가 과잉이고 당신이 형식주의자라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건물을, 공간을 더 새롭고 더 유익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 그리고 건물 내부 프로그램과 형식적 방면 모두 최상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녹색 공간이 부족하다. 특히 동대문 지역이 그렇다. 그래서 DDP가 (랜드마크이기보다는) 랜드스케이프(풍경)가 되도록 공원을 필수 요소로 집어넣었다.”
2007년 서울시가 국내외 유명 건축가 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명 초청 현상 설계에서 하디드의 안이 당선된 것도 건축과 조경의 성공적인 결합이 큰 몫을 했다. 원래 DDP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였다. 사람들이 동네 언덕을 오르듯 비스듬한 건물 벽을 타고 걸으면 옥상 정원에 닿을 수 있는 설계였다. 하지만 건설 도중 성벽과 유구가 발견돼 이를 피해 짓다 보니 건축 면적이 좁아져 지하 3층, 지상 4층이 됐고, 안전 문제로 옥상 정원의 일반인 접근도 불가능해졌다.
―당신이 세계 다른 나라에서 설계한 작품들에 비해 DDP가 완성도 면에서 뒤진다는 비판이 있다. 훗날 사람들은 DDP를 당신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꼽게 될까.
“다른 지역의 건축물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모두 개별 지역과 환경에 조응하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DDP는 가장 혁신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한국 건축물 중 하나다. 이런 야심 찬 예술 작업이 실현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자하 하디드의 작품들.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조감도, 영국 런던의 서펀타인 새클러 갤러리, 중국 베이징에 건설한 쇼핑몰 갤럭시 소호(위쪽부터). 동아일보 DB, 서펀타인 새클러 갤러리 제공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 달라.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오랜 시간 힘들었고 슬럼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 이겨 내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마감시간에 맞추려 애쓰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이런 압박감은 빼어난 성과를 낸다.”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나.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항상 다른 이들의 인풋(input)에서 도움을 얻는다. 내 비전을 공유하는 팀이 있어 일을 해 나갈 수 있다.”
―건축이란?
“즐겁고 낙관적인 생각을 하도록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 영감을 주고 흥분시키고 감정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