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에서 벗어나는 정치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민생과 경제를 챙길 것”이라고 했고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1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을 올려 국민 곁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의 신년 구상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국민을 짜증스럽게 했던 문제점들을 비교적 잘 짚어냈다. ‘귀태(鬼胎)’니,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 같은 막말이 민주당 점수를 깎지 않도록 “고품격 고효율의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동북아의 격랑 속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요긴하다고 한 것이나 북한인권민생법,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이전의 민주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등 보통 국민이 볼 때 대북정책과 외교안보에서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김 대표는 작년 5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도 한참 뒤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27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제1 야당의 위상치곤 초라하다. 민생정치를 지향하겠다는 것도 민주당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내놓는 고정 레퍼토리다. 새 정권 출범 첫해인 작년은 민주당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민생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대선 연장전으로 대부분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