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 거푸 수상한 김숨, 새 단편집 ‘국수’ 펴내
소설가 김숨은 집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글을 쓴다고 했다. 라디오 클래식 음악 방송 프로그램 ‘명연주 명음반’, 공기 중에 리듬을 만들어 주는 바흐의 음악이 소설을 쓸 때 그의 친구가 된다. 동아일보DB
새해, 김숨은 열 번째 책으로 소설집 ‘국수’(창비·사진)를 내놨다. 2005년 첫 소설집 ‘투견’ 이후 그는 해마다 작품을 발표했다. 201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밤의 경숙’을 포함해 단편 9편을 실었다. 2013년엔 장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로 대산문학상도 받았다. 상금만 합쳐 6000만 원이다.
“두 개의 문학상 수상 소식 모두 멀리 남쪽 지방에 내려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들었어요. 운이 좋은 해였지요. 작가로서는 ‘그냥 계속 이렇게 쓰면 되겠다’라는 안도감을 얻었어요. 그 안도감이 힘과 위안, 격려가 돼요. ‘꾸준히 그렇게 열심히 잘 써 봐’ 하고 등을 두드려 주는 느낌?”
“학교 다닐 때 운동권도 아니었고 사회 참여 활동을 잘하는 작가도 아니에요, 저는. 어디 나가서 발언도 잘 못 하는 사람이죠. 내 나름의 관심으로 소설로 참여하는 게 나의 방식이에요. 노인과 중산층 아래에 속하는 이들, 그분들의 삶이 흥미롭고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표제작인 ‘국수’에는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해 꾹꾹 눌러 면발을 만들고 국수를 끓여 내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주물럭주물럭 반죽을 치대면서 딸은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 없이 의붓자식 넷을 키워 낸 새어머니의 외롭고 고단했을 삶을 이해해 간다. 새어머니는 이제 혀에 암이 생겨 국숫발을 넘기기조차 힘겹다.
그는 집에서 직접 반죽을 밀어서 만든 국수를 먹고 자랐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국수가 가게에서 파는 국수 한 그릇과 얼마나 다른 맛인지 알고 있다. 2남 1녀 중 둘째로 자란 그는 엄마가 없을 때 오빠와 남동생의 밥상을 책임졌다. 그의 소설 속에는 ‘우엉을 쪽쪽 찢듯 목소리가 갈라지도록’, ‘오후의 빛이 으깨진 홍시처럼 널린 부엌 창’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김숨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충남 금산군에서, 그 이후에는 대전 변두리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숟가락으로 감자를 깎으면서 놀았다. 함께 산 할아버지는 돼지를 키우고 벌을 쳤다. 그를 소설가로 키운 것은 그 시절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얼굴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의 배경인 경주와 서울 집을 오가며 지낸다. 그를 만난 날도 경주에서 막 올라온 길이었다고 했다.
“존경하는 소설가와 좋다고 느끼는 소설에는 통찰이 있어요. 인간, 인생, 시간, 신에 대한 통찰요. 지금 이곳의 이야기 속에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해요. 소설가여서 그런 성찰을 하면서 살 수 있어서 좋아요. 한결같이, 성실하게 그렇게 소설을 쓰면서 사람 노릇 제대로 하면서 살고 싶어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