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기자
7일 오전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실적이 발표되자 여의도 증권가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 증권사 연구원들은 ‘일회성 비용이 생각보다 컸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변명을 하면서도 예상보다 큰 차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닝쇼크’로 불릴 만한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 국내 증권사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8조 원대 중반을 예상한 외국계 증권사들과 달리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은 9조 원 중반대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놨다. 이조차도 외국계 투자은행인 BNP파리바가 8조7800억 원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후 한 차례 하향조정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전망치와 차이는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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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실력 차이는 이번에 처음 확인된 건 아니다. 지난해 2분기(4∼6월) 실적전망 때에도 같은 양상이 벌어졌었다.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다 망신을 당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평균 5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가 실제로는 887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증권사 추정치와 실제 값의 괴리율이 270%나 됐다. 당시 CJ제일제당, LG상사 등 다른 기업들의 괴리율도 적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가 지난해 2분기 LG생명과학 기술 수출료가 늘어난 점을 아예 알아채지 못한 적도 있다.
국내와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의 실력이 실제로 차이가 나기 때문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많은 연구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 기업을 분석한다. 실력보다는 일방적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이런 한계를 불렀다는 게 합리적인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과 국내 증권사 연구원 간의 ‘갑을(甲乙)관계’가 이런 예측의 실패를 불러오는 데 일조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 해당 기업의 회사채 발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다양하고 고객군이 넓은 외국계 증권사는 이런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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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기자·경제부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