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가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1. 초등학교 졸업이 그의 최종학력이다. 일제강점기 강원 양구에서 태어난 화가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광산업에 실패했고 어머니가 유방암을 앓았다. 가세가 기울어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고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했다. 남루했던 한국인의 삶을 온기 어린 시선으로 그렸던 화가는 평생 궁핍한 삶을 살다 51세에 세상을 떠났다.
#2. 시간이 흘러도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 원에 낙찰된 ‘빨래터’(1950년대 말)는 근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지키고 있다. 2013년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자료에선 호당 가격 1위 작가로 꼽혔다. 호당 평균 2억9917만 원. 불황에도 전년 대비 44% 상승한 금액이었다.
○ 시대의 정직한 초상
가나아트의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선보일 유화 ‘빨래터’(1960년대 초). 화가 박수근은 고단한 시대를 살았던 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화강암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질감의 화면에 담아냈다. 가나아트 제공
이옥경 가나아트 대표는 “화가는 평생 350여 점의 유화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유화 100점을 선보인다는 목표 아래 수채화 드로잉까지 150여 점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17일부터 3월 16일까지 서울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 6000∼1만 원.
그의 고향에 자리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 목판화 전작집’ 제작과 학술심포지엄 등을 준비했다. 화가의 발자취를 찾아 ‘문화유적 표지석’도 설치할 계획이다.
박수근의 ‘나무와 여인’. 가나아트 제공
생전에 겸손하고 과묵했던 박수근은 성격과 그림이 일치한 작가다. 삶과 예술이 하나였던 그의 붓을 통해 한국인의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은 숭고한 경지에 올라섰다. 선한 시선과 진실한 마음이 일군 비범한 성취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변치 않는 인간적 가치란 무엇인지, 우리가 잃어버린 정서는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