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기 ‘이방인’으로 佛 한림원서 공로상 받은 재불작가 강은자씨
재불 작가 강은자 씨가 자전적 수기 ‘이방인’을 펼쳐 들었다. 전남 해남 출신인 작가가 프랑스어와 운명적으로 만나 작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책으로 강 씨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가 수여하는 공로상을 받았다.
강은자 작가가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 한림원)에서 받은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학을 빛낸 공로상’ 메달. 박영대 기자 sanae@donga.com
지난해 5월 출간된 ‘이방인’은 ‘은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고교생 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한글판을 읽고 ‘프랑스앓이’가 시작됐죠.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매일 5시간씩 프랑스문법 책을 붙들고 씨름했어요. 중앙대 불문과에 가서도 스탕달의 ‘적과 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작품 원서를 끼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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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틈틈이 프랑스어로 시를 썼다. “생각도 프랑스어로 해야 할 것 같아서 한국인 유학생과도 잘 어울리지 않았어요. 불문‘학(學)’보다 불문‘화(化)’에 안간힘을 썼던 시기랄까요.”
프랑스 유학 14년 차. 이제 꿈도 프랑스어로 꾸게 되었을 즈음 그의 소원이 이뤄졌다. 첫 소설 ‘그 스님의 여자’(2003년)를 출간한 것이다. 1960년대 한국이 배경인데,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한 부잣집 아들이 어찌어찌해서 스님이 됐다가 갖은 시련을 거치며 진짜 구도자로 거듭난다는 줄거리다. 이 소설로 작가는 ‘현대 프랑스 작가보다 고전적 프랑스어를 아름답게 구사하는 동양의 진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TV와 라디오의 출연 요청도 잇따랐다. “프랑스 현대작가들은 자국의 언어 전통을 깨는 데 몰두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 출신 작가가 전통적인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게 신선하게 보였나 봐요.”
‘그 스님의 여자’는 스위스와 캐나다 같은 프랑스어권 국가는 물론이고 한국과 터키에서도 번역판이 출간됐다. 미국의 일부 대학 불문과도 이 작품을 커리큘럼에 넣었다. 2년 뒤엔 1920, 3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상반된 성격의 남녀가 나오는 연애 소설 ‘약속된 사랑’(2005년)도 냈다.
“차기작은 배경도 프랑스고 프랑스인이 주인공인 소설이에요. 지금까지 발표한 책들이 동양을 배경으로 한 제 작품 활동의 1기에 속한다면, 차기작은 2기를 여는 작품인 셈이죠. 곧 ‘이방인’ 한국어판을 들고 한국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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