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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軍기밀 담긴 ‘DMZ 평화공원’ 자료도 넘겼다

입력 | 2013-12-27 03:00:00

간첩혐의 구속된 대북사업가는 김대중 정부때 정식 승인 받은 인물




간첩 혐의로 19일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대북 사업가 강모 씨(54)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정식으로 대북 교역 승인을 받고 북한 평양의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확보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대남 공작원들이 강 씨와 같은 소규모 대북 사업자들에게 사업권을 빌미로 기밀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민간 대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공안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부동산업을 하던 K사 대표 강 씨에게 1998년 8월 ‘북한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사업’을 승인했다. 강 씨는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고 1998년 6월과 10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얻었다. 강 씨는 이때 북한의 거물급 대남 공작원을 처음 만났으며, 이후로도 중국 등지에서 직접 만나거나 수시로 통화를 한 것으로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건 뒤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대북 신규 투자 등을 금지한 2010년 ‘5·24조치’를 내렸지만 강 씨는 중국 선양(瀋陽) 등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동포 J 씨 등과 합자 형식의 대북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대남 공작원이 본격적으로 강 씨에게 기밀자료를 요구한 것은 이때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강 씨가 북측에 넘긴 자료는 기존에 알려진 군용 무선 영상 전송 시스템 ‘카이샷’ 외에도 다양하다. 대부분 휴전선 인근 지역이나 군 관련 자료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관련 자료도 강 씨를 통해 북측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강 씨가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정부가 만든 대외비 문서 등을 확보한 뒤 지난해 6월 중국에서 공작원을 만나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해당 자료에는 최전방 군부대 위치를 비롯한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강 씨가 대외비 문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강 씨는 또 강화도지역 군부대가 사용하는 디지털 무선 송수신기 자료, 경기 의정부시 및 연천군 건설 계획 자료 등을 확보해 공작원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건설 계획에는 해당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군 작전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강 씨가 제2영동고속도로의 종평면도(설계도의 일종)를 확보한 뒤 동업자인 J 씨의 e메일을 통해 지난해 4월 공작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북측이 이를 군사작전에 사용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씨는 올해 3월 이산가족 명단을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고 7월경 평택지역 이산가족 명단 396명의 자료를 동생의 e메일을 통해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공작원이 평택지역 이산가족의 명단을 요구한 것은 유사시에 이들을 포섭해 미군기지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강 씨의 동생도 조사 중이다.

특히 강 씨가 수집한 무선 영상전송 시스템 ‘카이샷’의 제원과 운용체계 자료에는 주파수 채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유사시 적에게 작전 정보가 누출되거나 통신을 교란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카이샷을 수출하겠다”며 제조업체로부터 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국의 사업가를 상대하는 사람들은 정찰총국 소속 등의 대남 공작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북한 대남 조직이 한국 대중·대북 교역업자를 상대로 사업권을 빌미로 기밀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5·24조치 이전 정부의 승인을 받은 민간 대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씨처럼 5·24조치 이전 통일부 승인을 받은 대북 협력 사업은 모두 512건이며 개성공단과 사회문화 분야를 제외한 민간경협 사업은 74건이다.

강 씨의 사망한 인척 중에 1945년 월북해 북한에서 과학원장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동당 중앙위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남 공작기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강 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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