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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정치글 드러났는데 국방부 과장급이 몸통?

입력 | 2013-12-20 03:00:00

軍, 사이버司 중간수사 결과 3대 의문
[1]“윗선은 발견못해”
[2]대선 개입 없었다?
[3]국정원 연계 없었다?




‘정치적 중립은 위반했지만 윗선 주도의 대선 개입은 없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19일 발표한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글’ 사건 중간 수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이버사 일부 요원이 정치 글을 작성했지만 대선 개입 등 정치적 목적이 아니었고, 상부 지시도 없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 결과로 사건이 종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향후 군 검찰이 관련자 조사와 추가 자료 확보 등 철저한 보강수사를 벌여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사본부에 따르면 사이버사 이모 심리전단장을 비롯해 11명의 요원이 작성한 총 1만5000여 건의 정치 글 가운데 2100여 건은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글로 확인됐다. 그간 야당에선 지난해 대선 때 사이버사 요원들이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리거나 유포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한 요원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 ‘피로 지킨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북한과 공유하겠다는 민주당 문재인은 군 통수권자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군 당국은 대선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요원이 서해 NLL 등 안보 현안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야당과 정치인을 비판하는 정치 글을 올렸지만 선거 개입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 단장이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도발 등 국가안보 관련 사이버 대응작전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언급한 사실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 등에선 배후설을 제기해왔다. 연제욱 대통령국방비서관(육군 소장·전 사이버사령관)과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관(육군 준장)이 청와대와 국방부 등 상부와 교감을 갖고 요원들을 동원해 정치 글을 조직적으로 생산하고 정치 개입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윗선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군 관계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전·현직 사령관이 정치 글을 달도록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단장이 북한 선전선동의 대응 심리전을 지휘하면서 다른 요원들에게 ‘과도한 지시’를 하는 등 ‘단독 플레이’를 했다는 설명이다.

국가정보원과의 연관성도 주요 쟁점이었다. 야당은 이 단장과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의 연계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이들이 공모해 두 기관 간 정치 글 공조체제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전 차장은 합참 민심부 출신으로 국정원에서 심리전을 총괄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해당 요원들을 소환 조사하고, 통화 내용과 e메일, 관련 문서를 분석했지만 어떤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윗선이 주도한 대선 개입이 아니라는 군 수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사 내에서 조직적인 정치 글 작성 행위가 드러난 만큼 큰 논란이 예상된다. 수사가 개시되자 이 단장이 삭제한 서버 저장자료의 복원 조사 과정에서 다량의 정치 글이 추가로 확인되거나 가담자가 늘어날 경우 파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군 주변에서는 “국방부의 과장급인 이 단장(부이사관)이 이 사건의 몸통이라는 수사 결과로 야권은 물론이고 국민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이버사가 장관 직속부대여서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군 관계자들은 “앞으로 군 검찰의 보강 수사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이번 발표가 ‘부실 수사’ 논란에 빠지고, 같은 결과가 나오면 야권에서 ‘특검 도입’ 공세를 펼 것이 뻔하다”며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군 전체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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