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주도권 다툼 본격화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대선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재결집을 꾀하고 있다. 대선 뒤 독일에서 8개월간 머리를 식히고 돌아온 손학규 전 대표는 16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정치를 재개한다. 문 의원의 ‘광폭 행보’로 정치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김한길 대표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각 진영 내부를 들여다봤다.
○ 최대 주주인 친노, 속으로는 분화
현재 친노의 좌장 격은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이다. 문 의원 곁에는 전해철 박남춘 박범계 김용익 장병완 이용섭 의원 등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 작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영선 우윤근 노영민 의원 등은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친노 진영은 실제로는 분화(分化)하는 양상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의원이 최근 대선 재도전 의사를 거듭 밝히는 것도 명실상부한 친노의 좌장으로 자리매김해 친노 진영을 재편하겠다는 의도에서라는 얘기가 있다.
이런 관측은 노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에서 기인한다. 안 지사가 내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친노 진영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 친노 인사는 “문 의원은 안 지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 같은 친노로 분류되지만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의장(대표)을 두 번 지냈고 민주당 대표도 지낸 정세균 전 대표 쪽에는 20명 안팎의 의원이 포진해 있다. ‘○○○계’라는 인물 중심의 계보로만 보면 소속 의원이 가장 많다. 정 전 대표가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해석은 여기서 기인한다.
손학규 전 대표는 원외 인사지만 여전히 원내 의원 10여 명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10년 당 대표 시절 보좌했던 인맥과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그리고 호남 일부 인맥이 축을 이루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후배인 신학용 의원이 비서실장 격이다. 손 전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 후원회의 밤 행사에서 “문 의원이 대선 재도전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초조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이 어려워하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연대를 해야 할지를 묻는 데 대해서도 “(연대 같은)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연대를 하면) 지방선거는 이길지 모르지만 다음 정권은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5·4 전당대회 때 ‘비노(비노무현) 바람’을 타고 당권을 잡은 김한길 대표는 역설적으로 세가 없다. 노웅래 민병두 변재일 정성호 의원 등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전당대회 초기부터 도왔고, 현재 당직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 대표를 ‘보스’로 하는 계보를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민평련과 486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가치와 노선을 따르는 민평련은 수는 적지 않지만 행동통일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도 누구를 지지할지를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문재인계(노영민 유기홍 윤후덕 이목희 의원)와 손학규계(우원식 의원) 등 계파가 혼재돼 있기도 하다. 486의원들은 모임인 ‘진보행동’이 올 초 해체되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